6월에 올라간 산

9월초에 다시 갔더니

저마다 크고 작은 나무들

벌써 노오랗게 파아랗게

떠나갈 준비를 하고 있대요



아! 그, 하늘 치솟던 푸르름은 언제

엉성한 가지들 사이로 구멍 뚫린 우리네 삶이

언뜻언뜻 보이지만

우리는 그걸 우리네 삶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네요



잠깐 못 올라본 사이

푸르른 산 잎사귀 노랗듯

잠시 바쁘게 걸어오던 사이

좌우로 힘께나 쓰던 직할시의 내 고숙

미처 준비도 못한 채

해질녁, 그 파랗던 6월의 산이 노오란 나뭇잎 한 장으로

날아 들었네

「4일 출상, ⅩⅩ대학 병원 영안실」

순간, 내게도 9월보다 무서운 10월이 오고 있었네



정형택시인, 전남영광고교사, 전남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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