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 손석춘님은 한겨레신문 여론매체부장으로 재직하여 신문 읽기의 혁명, 여론 읽기의 혁명 등을 썼다. 그에 칼럼은 유별나게 생소한 단어를 많이 선보여 우리말 실력이 부족한 나로서는 국어사전을 펼쳐볼 수밖에 없게 한다. 독자들에게 우리말 공부를 시키던 그가 최근 책을 한 권 냈다.

어느 날 갑자기 중국에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로 이 책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다짜고짜 좋은 자료가 있으니 중국 연변으로 오라는 영감님의 단호함에 속은 셈치고 날아간 중국에서 입수한 자료는 뜻밖에도 어느 한 사람이 평생에 달하는 분량의 일기장이었다. 작가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그리고 한국전과 더불어 98년 DJ집권까지 근 현대사를 살다간 한 혁명가의 일기를 "아름다운 집"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엮어 영감님과의 약속을 지켰다.

1938년 연희전문철학과에 입학한 주인공 이진선은 열 아홉 청년기에 나라 잃은 설움으로 이상과 현실에 대한 인간적인 고뇌를 일기에 담았다. 분단국가 현대사의 주인공인 김일성, 박헌영, 이현상, 윤동주 그리고 생존한 황장엽까지 등장하는데 그는 황장엽의 망명에 대해 '청년시절부터 이론가이긴 하지만 동화적 감성이 풍부한 그의 철없는 행보가 가슴이 아프다'며 혹평하고 있다. 일본과 러시아 유학시절에 황장엽과 함께 한 인연 때문이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모두 잘살게 아름다운 집을 짓는 것"이 혁명이라는 네 살바기 아들의 말처럼 주인공은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해 반미투쟁가로 혁명가로서 치열하게 살았다. 로동신문과 민주조선 기자로 인민의 사상정립에 노력해온 이진선,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인민의 주도하에 당이 이뤄지지 않고 변질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자신의 비겁함을 자책하며 권총자살로 사랑하는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기까지 자신의 삶을 기록했다. 지구촌 유일의 분단국가로 아직까지 서로를 껴안지 못하는 우리, 미국 부시정권의 탄생으로 강대국 패권주의의 망령이 부활하고 있다고 우려하는 요즘, 한 사람의 민족에

대한 부푼 이상과 꿈이 무엇 때문에 상처받고 좌절되는 가를 이 책은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김상균(한길서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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