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권의 책 ----- 감옥으로부터 사색 -신영복

감옥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은 부정적이다. 죄수들의 범죄이야기가 넘쳐날 것 같은 음습함과 질펀함이 있다.

독자들이 이런 편견을 가지고 이 책을 대하는 건 작가에 대한 모독이다. 작가 신영복 님이통혁당 사건으로 20년 20일의 감옥생활에서 체득하고 경험한 것이다.

그것도 60년대 서울대를 나와 숙대 강사, 육사교관을 거친 한 지식인이 서슬퍼런 독재시대에 무기형을 살면서도 체념하지 않고 실낱같은 한 가닥의 삶의 희망을 곰삭여 쓴 글이다.

[감옥으로부터 사색]이라는 책이 98년에 돌베게출판사에서 처음 발행된 후 지금까지 12쇄 인쇄가 됐다.

감옥이라는 어두운 인식과는 달리 사색이라는 철학적 의미가 이 글에 짙게 베어 있어 독자들의 입에서 회자되는 탓이다.

"없는 사람들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에 사는 우리들은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징역은 자기의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누워 칼잠을 자야하는 좁은 잠자리에 대해 세밀화를 보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수감초반 남한산성 교도소 생활을 적은 '고성밑에서 띄우는 글' 안양교도소의 '독방의 영토' 대전교도소 15년 생활을 담은 '한포기 키작은 풀로 서서' 전주교도소 '나는 걷고 싶다' 라는 주제의 글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득도를 해가는 과정의 한 수도승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단조롭고 비좁기만한 감옥생활에도 마음은 한없이 나래를 펴고 너른 창공을 훨훨 날아가는 자유인의 모습에서 우리는 철장 밖에 있으면서도 자신을 속박하는 부끄러운 자화상을 발견하게 하는 책이다.

한길서림 김 상 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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