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서 가사리 '구휼비' 에 스며있는
한 촌로(村老)의 이웃사랑·마을 사랑

군서면 가사리 2구 마을 도로변에 35년쯤된 작은 비석 하나가 서 있다. '농은 배경채 구휼불망비(農隱裵京采救恤不忘碑)'.

마을 사람들에게 이 비는, 전후 보릿고개의 곤궁한 시절을 지나 1960년대 지독한 한해(旱害)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선뜻 구휼의 손길을 내밀어준 어느 고마운 사람으로 기억된다.

이 마을 터줏대감이었던 배경채(1907년-1971)씨, 이 비는 그에 대한 존경과 고마운 마음을 담아 마을 주민들이 1967년 세운 것이다.

40년 가까이 풍상을 맞으며 당시 새겼던 글자도 점점 희미해져 가지만 그 작고 초라한 비 하나가 담고 있는 정성과 공동체 정신은 아직도 마을 주민들의 가슴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66년과 67년 두해에 걸쳐 극심한 한해가 있었어.. 마을주민들이 모다 궁핍하게 살았제.. 67년도 무렵인가? 그해 배경채씨 회갑인디... 그 양반 잔치같은 것도 안해불고 그 돈으로 서른네집이나 되는 이 마을 집집마다 나락 2말씩 나눠 줬당게. 지금 생각혀도 감사할 일이세." 가사마을토박이 어르신 김재수(70)씨의 증언이다.

배경채씨는 또 조촐하게나마 술과 음식을 마을 사람들에게 나누는 것으로 회갑연을 대신했다고 한다. 이 마을에서 비교적 부자로 살았던 배씨. 이 마을 사람들이 정작 기억하는 것은 그가 가졌던 물질적 부유함보다는 이웃들의 아픔과 상처를 자기것처럼 생각하며 살았던 배경채씨의 넉넉하고 따뜻한 마음이 아닐까...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