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섬(雪島) 매서운 바람도

군남에 이르면 조심조심

발소리를 죽인다.



허허, 바람도

사람을 알아보는 법이여



옛날엔 해풍께나 쐬면서

지내던 땅

이젠 기름기 자알잘 흐르는

전답으로 앉아서

서쪽반 동쪽반 사는 삶도 반반(半半)이니

동편다리 서편다리 유유히 흐르는 시냇물

이어져 온 인심만큼 맑게 맑게 흐른다.



지난날 포천장 장서듯 북적대던 사람들

어디로들 떠나 그때 같지 않지만

남은 식구 오순도순

지금도 설매(雪梅)처럼 사람향기 가득 난다



사립열고 나서면 불갑호 넘쳐흐른

풍성한 물줄기가 마을앞 논배미

골고루 적셔가니

시절은 풍년이요

인심은 군남이다.



정형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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