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 무엇에 대한 멈춤이지?

"멈춤" 무엇에 대한 멈춤이지?

비엔날레의 이 제목을 보고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이다. 팜플렛 어딜 찾아봐도 없다. 나에게 그 어떤 매체도 알려주질 않았다. 그래서 난 찾아보기로 했다. 과연 '멈춤'이 무엇인가를 말이다.

알다시피 현대미술은 이해하기 힘들다. 작가의 생각을 그 만큼 알아내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물론 현대미술 작가들도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같이 보는 사람들도 똑같이 생각할 것이라고는 생각질 않는단다.

신기하고 독특한 생각들, 무늬, 문양, 알 수 없는 조각들.. 어느 하나 그냥 스쳐 지나기 아까운 작품들이었다. 하지만 잠시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뿐, 완전히 주저앉게 하진 못했다.

주저앉음.. 몸의 주저앉음이 아닌 내 생각의 주저앉음이다.

나를 주저앉게 한 그 첫 작품은 작가의 이름은 알 수 없지만. 건물 내 수많은 콘센트들이 박혀 있는 콘센트의 다른 모습들이다. 난 그것을 건물의 한 층을 다 돌고서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작품에 대한 나의 느낌은 말 그대로 주저앉음이었다.

그 자리에 나는 생각까지 내려놓았다. 뭘까? 콘센트에 달려있는 조그만 창문, 그 사이로 보이는 또 다른 세계, 콘센트로부터 시작되는 벌레들의 움직임, 콘센트에서 창으로 이어지는 벌레의 모습..

간과할 수 있는 곳엔 또 다른 세계가 있다. 어쩌면 벌레의 움직임은 생각의 이동일 수 있다. 정지한 생각들이여 움직여라.... 이런 뜻일까?

나를 주저앉게 한 두 번째 작품은 복도에 늘여져 있는 깃털 같은 것이다. 아마 깃털 같은 것이라고 해야 맞을지 모르겠다. 낚싯줄과 같은 것에 깃털이 묶여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황토 같은 것을 칠한 멸치에 깃털을 잘라 붙인 것이다. 이미 죽어 말라있는 것에 아주 약한 공기의 움직임에도 움직이는 깃털을 붙인다, 작가는 이미 죽어 있는 깃털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아주 간단하게. 나의 입 바람으로 불어보았다. 후∼우.. 멸치가 떠올랐다. 생명 없는 멸치가 깃털을 달았다. 생명을 받은 것이다.

나는 멈춤을 이렇게 정의하고싶다.

'당신의 움직임을 멈추세요. 그리고 당신의 생각을 내려놓고 바라보세요. 당신이 보지 못했던 것이 이제 당신의 눈앞에 펼쳐집니다.'

어디나 있는 콘센트, 멸치와 깃털, 당신이 간과하고 지나가는 것들 앞에서 멈추어라.

주저 앉으라......



단 하루만에 비엔날레에 전시된 모든 "멈춤" 들을 다 감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작은 휴식의 공간을 만들어 그 안에서 또 다시 한번의 멈춤으로 나의 휴식조차도 쉴 수 있게 한 작품들.....나를 주저앉게 만들어 나의 고정적인 상상을 무너뜨린 작품들..

그 작가들 또한 수많은 멈춤과 주저앉음 속에서 또 다른 휴식을 찾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비엔날레 전시관을 둘러본 경험은 또 다른 세계의 가치관과 운명을 볼 수 있는 아주 뜻 깊은 체험이 되었다. 아니 체험이라기 보다는 뜻깊은 휴식이라고나 할까.....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