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규: 영광백수 출생, (우리문학)시 추천 등단, 시집(바람의 길이를 아는가) 서울에서 문학활동 중





잘게 부서지는 강물 그 어디엔가

세월은 잠겨 흐르네



귓볼을 간지럽히는 서늘바람

어둠을 조금씩 밀어내고

지붕 위의 허연 박덩이처럼

천천히 살아오르는 달빛



우울의 도시 변두리 너머로

초가집들이 어슴프레 피어나면

들녘 가득 흐르는

달빛을 낚기 위하여

스러져가는 세월을 낚기 위하여



낙엽 구르는 창가에

낚시를 드리웠네



여름날의 뜨거운 고개를 넘으면

가랑잎 뒹구는 오솔길을 지나서

담장 안으로 숨어드는 가을



눈 모으고 귀 모으고

앉아 있으면



달빛은 어느새 내 무릎 위로

유년의 가을을 한아름 쏟아놓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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