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시



영광에 와서



나, 너를 참 멀리도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시방 한걸음에 너에게 이르려 하지만

금새 위험수위 넘실넘실한 그리움 삭이려면

원망보다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네 말, 아프다 너무 아프다

너, 거기 질기고 긴 고무줄의

한끝을 움켜쥐고 서 있었고

나, 누군가가 끌고 가는 다른 끝을 따라 탈주범처럼 달아났다

그러나 평생을 네 젖먹이인 나의 반경(半徑)을 너는 훤히 알고 있었다

내가 달아나면 달아날수록 그것은 너에게

뒷걸음쳐 급속도로 다가올 뿐이라는 사실을.

실토하건데, 연어처럼 돌아오기 위하여 잠시 너를 떠났다

잠시 너를 첫사랑처럼 맡겨두고

세상살이, 최소한의 몫을 탈환하기 위해 도회(都會)로 갔다

그것은 다만 외출이었다

내 주민등록증은 항상 네 속호주머니 깊숙이 있었으니까.

지금도 칠산바다 해조음에 취해 나는 종자기처럼 춤출 수 있다

지금도 구수산 불목재, 한짐 그득 나무지게 지고 내달을 수 있다

그런데 어쩌다 너, 앙상한 뼈와 그림자만 남아

세월의 성형수술 흉터 아예 감출 생각조차 놓아버린 채

주소(住所)가 없는 나만 이방인으로 몰아세우는구나

그리고 또 하나의 슬픔을 문신처럼 팔기 위하여

사공도 없는 애증(愛憎)의 나룻배를 띄워놓고

오늘도 덫을 놓은 사냥꾼처럼 나를 기다리는구나.



김규성시인 민족문학작가회의 영광지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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