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택
전남문인협회장



아직 못 떠난

묵은 바람 핑계 삼아

못 벗어버린 나의 외투자락이

조금은 멋쩍은

토요일 오후



도시 변두리

지나오다가

아랫도리까지 벗고 나온

내 유년의 봄을 보았네



겨우내 장군의 불호령으로

숨죽인 땅덩이 다시 살아나는

자유의 바람 끌어다가

아이는 맨손으로

봄을 빚어내고 있었네



아직도 이따금 스쳐가는

묵은 계절의 바람이

벗은 아이의 아랫도리를

휘감아 보지만 아이는,

발밑에서 소곤거리는

조용히 땅을 가르는 소리에

오히려 윗단추까지

풀어대고 있었네



아이가 만든 봄에 밀려

외투주머니에서 슬그머니

나도 몰래 빠져나온 손

그 손 흔들어주며

봄은 저만치서 바삐 가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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