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영 영광종합병원 1내과 과장

최근 농사일이 많아지면서 농약을 드시고 응급실로 실려오는 영광군민들이 많아지고 있어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하여 농약중독에 대해서 간단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농약은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곤충, 쥐, 선충, 식물에 침범하는 세균(곰팡이, 박테리아)등을 포함하는 살균 살충제와 잡초를 예방하거나 박멸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제초제 뿐만 아니라 식물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과 농산물의 보관, 건조에 사용되는 약물들도 포함됩니다. 이중에서 인체에 큰 해를 미치는 농약은 주로 살균 살충제와 제초제이며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과 농산물의 보관, 건조에 사용되는 약물들은 급성 중독증을 유발하는 약물이 거의 없습니다. 농약의 남용 혹은 오용으로 인하여 매년 수천명이상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중 천여명 이상이 사망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는 물론 영광지역에서 급성 농약중독의 90%이상이 자살을 위한 음독입니다. 대개 20-30대에는 남녀간의 갈등이 40-50대에는 사업실패에 따른 좌절 등이 주요 원인을 이루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농촌지역의 고령화로 만성적인 병이나 자식문제로 삶을 비판하는 70세 이상의 노인들이 자살목적으로 농약을 음독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또한 농약중독의 5%정도는 사고에 의한 경우로 쓰다 남은 농약을 음료수 병에 보관하고 다른 가족이 이를 음료수로 오인하여 마시는 경우와 취중이거나 혹은 정신병이 있는 사람이 음료수로 오인하여 농약을 마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나머지 5%는 농부들이 농약을 살포하고 당일로 혹은 수일 이내에 두통과 오심 구토 허약감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우리 나라 농촌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원액을 살포 전에 희석하는 과정에서 제조원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좀더 독한 약제로 살포하려는 경향이 많아 상대적으로 피부 접촉이나 흡입에 의한 중독의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농약을 뿌릴 때 주의사항(마스크, 바람을 등지고 뿌릴 것)을 꼭 읽어보시고 준수하여 원하지 않는 농약중독에 걸리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농약의 경우 약물 섭취 후 임상 증세의 발현시간까지의 간격은 약의 용량, 투여방법, 독성에 따라서 다양합니다. 이들 인자 이외에 음주 유무, 위장의 상태에 따라서 달라질 수 도 있습니다. 자살 목적으로 음독하는 경우나 사고로 음독하는 경우에는 약물 섭취 시각을 정확하게 알 수 있으나 수일간 살포 후에 중독 증세가 나타날 때는 추정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음독후 사망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는 음독 약의 양보다는 독성(제초제), 위장 상태(공복 혹은 음주), 정신질환 유무 등이 사망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약의 살포 후에 중독증세가 발생한 경우 사용중이었던 약병, 혹은 음독한 경우 남은 약병을 조사하면 약의 성분 확인에 결정적 도움이 됩니다.

농약중독의 치료는 환자 발견시 응급처치로 농약이 인체내로 흡수가 안되게 농약의 제거(피부세척, 안구세척, 구토)가 제일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그리고 빨리 119에 신고하여 병원에 후송시켜 위세척을 받게 해야 합니다. 환자 후송시에 반드시 농약을 가져오는 것이 환자를 치료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약제에 따라 위에 머무는 시간이 약간씩 다를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2시간이 경과하면 위세척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후에 농약의 성분에 따라 해독제, 산소, 수액요법등의 치료를 하는데 살충제는 해독제와 산소를 사용할 수 있지만 제초제(특히 그라목손)는 해독제도 없고, 산소도 사용할 수 없어 사망할 확률이 굉장히 높습니다. 아무쪼록 농약을 다룰 때나 뿌릴 때, 보관할 때 조심하시어 본인이나 가족들이 농약중독에 걸리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