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국/영광군정신보건센터장




당뇨병은 우리 자신은 물론 주변의 가까운 많은 사람들이 앓고 있는 병이라서 결코 남의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다. 당뇨병은 광범위한 생활습관의 변경은 물론 의학적인 치료에서 일관되고 장기간의 환자의 협조가 요구되는 질환이다. 당뇨병의 경과는 크게 이런 환자의 치료에 대한 순응과 이에 따른 질병의 조절에 달려있다. 이런 조절을 방해하는 요인들이 당뇨병 환자들에게 큰 문제를 일으킨다. 이런 인자들 중 한 가지가 스트레스이다.


 


당뇨병은 결핵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장기 어느 곳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이처럼 반복적으로 당뇨병의 영향을 받은 인체조직은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개인의 적응능력과 생체의 균형을 위협하게 된다. 이런 경우 환자 자신이 자율신경계의 불안정 상태, 즉 혈당변화에 따른 지각 및 인식기능의 변화를 알 수 있게 된다. 이런 지각 및 인식기능의 변화는 마침내 환자의 생활양식 및 적응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당뇨병 환자들에서도 다른 질병에서처럼 병 자체로 인해 일어나는 여러 가지 심리적 및 행동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분노, 절망감, 자기 비하감을 경험하고 이런 반응은 중요한 대인관계를 상실케할 위험이 있다. 이외에도 당뇨병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자존심이 낮고 우울이 현저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에서 조사된 바에 의하면 당뇨병환자들에서 우울증의 유병률은 9-27%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되었다. 또한 인슐린 의존형 당뇨병환자들은 쉽게 피로를 느끼고 안절부절 못하고 정력이 현저히 감소되고 우울이 현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당뇨병환자들의 정신과 자문의뢰 사유 중 우울이 가장 많았고, 이들 당뇨병환자들 중 정신장애진단으로는 우울 장애가 42%로 가장 현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중에는 우울이 동반된 적응장애, 주요우울장애, 기분저하장애 등이 포함되었다. 특히 우울하고 불안한 환자는 식이요법을 소홀히 함으로써 산과다증에 의한 혼수상태를 일으킬 위험이 높다. 이런 경향은 엄격한 식사요법과 투약이 필요한 청소년기에 발병된 당뇨병환자에서 더 두드러진다.


당뇨병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환자 자신에게 상당한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에 일단 당뇨병으로 진단되면 환자들은 두려움과 함께 큰 충격을 받는다.


 


40대 중반의 사업가는 자신이 당뇨병 환자임을 알게 된 후부터 자신감을 잃고 매사에 소심해지고 자기보다 더 젊은 사람들과의 경쟁을 두려워하는 소극적인 사람으로 변하였다. 그는 혹시 일하다가 또는 성관계 중에 죽지 않을까하는 불안이 항상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고 호소하였다.


 


당뇨병을 앓은 지가 얼마 되지 않는 급성인 경우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대인관계를 포함한 생활 전반에 걸쳐 커다란 변화가 불가피하게 따른다. 이런 변화는 환자가 어느 정도로 성숙단계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중년에 발병된 경우라면 웬만큼 정신적으로 병에 대해 직면할 준비가 갖추어져 있으나 가족부양의 책임과 같은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인격의 발달이 덜 된 어린 나이에 발병될 때에는 병으로 인해 일상적인 활동이 어려워지고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행동해야 되는 것에 대해 참고 이겨 나간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당뇨병환자에게서 제일 효과적인 방법은 직면이다.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환자가 직접 문제를 다룰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이 권장된다. 한편 환자의 고립을 예방해 주는 가족들의 동움을 비롯한 사회적인 지지는 당뇨조절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사춘기 당뇨병 환자들에서는 비슷한 또래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지적인 집단치료가 효과적이다.


 


당뇨병은 병의 치료기간이 길기 때문에 환자 자신도 이 병의 양상 및 치료과정 등에 관해 충분히 알고 대처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함으로써 환자 스스로 이 병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또한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고립감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당뇨병의 치료에서 강조해야 할 점은 치료자의 말을 믿고 실천하게 하는 일이다. 치료에서 식사요법, 운동, 스트레스 해소법 3가지만 잘 지켜 나간다면 일상생활을 하는 데 다른 건강한 사람과 다를 게 없다. 이것은 건강한 사람들도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평소에 게을리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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