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낙 연

(국회의원·민주당 제1정책조정위원장)



우리 영광에서 태어나 석달을 자란 넙치(광어) 새끼 10만 마리를 방류하고 돌아왔습니다. 남북한 바다가 맞붙은 강화도 서도면 만드리 어장. 손가락 만한 치어들이 먼 바다로 헤엄쳐 가는 것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부디 남과 북을 마음껏 오가며 무럭무럭 자라 다오. 알을 듬뿍 낳아

수백만 수천만 마리로 번성해 다오. 그러다 언젠가는 남과 북의 고단한 어부들을 흐뭇하게 만들어 다오. 허기진 북한 동포들의 밥상에 올라도 좋으리. 그 중에 몇 녀석은 영광 앞 바다로 돌아와 주렴…

방류는 제가 간사로 일하는 민주당 남북특위와 영광군 강화군이 공동주최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은 염산에서 어류종묘배양업을 하는 임백용동지입니다. 임동지는 시가 2,500만원 상당의 치어를 흔쾌히 기증해 주었습니다. 아니, 치어방류 아이디어 자체가 임동지한테서 나왔습니다. 그래서 6·15 남북공동선언 1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추진하게 됐습니다. 이것은 영광의 자랑입니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과 6·15 남북공동선언으로부터 1년이 지났습니다. 남북관계는 엄청나게 변했습니다. 북한을 방문한 남한인이 89∼97년에는 2,405명이었으나, 국민의 정부가 출범한 98년부터 올 4월까지는 17,994명이었습니다. 특히 지난 1년 사이에 세 차례에 걸쳐서 남북 이산가족 3,670명이 상봉했습니다. 경의선 연결이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남북관계는 다시 소강상태에 빠졌습니다. 일부에서는 남북관계의 전개를 오해하거나 일부러 왜곡하고 폄하했습니다. 북한으로 쌀과 소금을 싣고 가던 배가 사전통보도 없이 제주해협을 통과해 많은 국민들께 걱정을 드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어려움과 도전이 많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바른 길을 가야 합니다. 남북의 교류와 협력과 화해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합니다. 과거와 같은 반목과 대결의 시대로 되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다행히 남북 교류와 협력이 복원될 수 있게 됐습니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몇 가지 조건을 붙이긴 했지만 대북 포용정책을 채택하고 대북 대화를 재개했습니다. 금강산 관광에도 새로운 돌파구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 영광의 넙치 새끼들을 남북접경 해역에 방류했습니다. 영광의 넙치들이 '평화의 사절'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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