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운/ 서해산악회장




허! 허! 허! 헉!


 


숨이 가슴까지 차오른다. 더 이상 못 가겠다. 판판한 바위에 덜렁 들어 누웠다.


수많은 별들이 눈앞에 들어온다. 유난히도 밝게 보인다. 별하고 유난히 가까이 있음일까 ...


 


왜, 우리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이렇게 힘들어하며 산을 오르려 할까?


결국은 금방 내려갈 길을. 기를 쓰며 때로는 목숨을 걸어가며 오르고 또 오르려 하는 걸까.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상을 타는 것도 아닌데... 100m도 가지 못하고 쉬어야 하니 이러다가 일출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아래를 쳐다본다. 아직도 저 멀리서 올라오는 랜턴불빛이 보인다. 안심이 된다. 정상은 얼마쯤 남았을까? 여기가 사천고지는 되는 것 같은데...


 


바람이 세차게 불어온다. 더 이상 못 가겠다. 바람을 피해서 다시 누었다. 잠이 스르르 온다.


 


말레이반도의 보르네오섬 북부에 위치한 높이 4,095.2m의 키나바루는 적도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다. 고온 다습한 열대의 해변과 열대우림이 우거진 키나바루는 철쭉나무, 참나무 등이 우거져 있고, 침엽수와 고산식물이 함께 공생하는 이색적인 지역으로 정상등반 까지는 약 10시간이 소요되는 동남아시아 최고봉이다.


 


다시 원기를 회복 발길을 재촉, 드디어 정상에 우뚝 섰다.


 


아! 나는 지금 동남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서 있다. 두 팔을 벌려 환호성을 쳐본다. 드디어 나는 오늘도 해냈다! 힘들게 올라온 피로함도 산소가 모자라는 고소증도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서서히 어둠이 걷치며 동쪽 하는이 붉은 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더니 이내 구름 사이로 찬란한 태양이 모습을 드러낸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닮도록..." 우리들은 태극기와 서해 산악기를 꺼내들고 저 아래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힘차게 목청을 돋구웠다.


 


작년에는 백두산에서 조국의 통일을 염원했고 지금은 아시아 최고봉에서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우뚝 서기를 염원 해 본다. 얼마나 가슴이 뭉클하고 벅찬 감동인가! 모두들 이 감동의 순간을 놓칠새라, 태극기를 흔들며 카메라 셧터를 누르기에 여념이 없다. 깎아 자른듯한 대 협곡, 그 옛날 빙하에 깎여 형성된 기암괴석의 봉우리들. 대평원 같은 암반지대. 발아래 구름 위로 비추는 산봉우리들. 정말 장관이다. 산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힘들게 올라 온 산일수록 산은 우리에게 꼭 보답을 한다. 그래서 산이 좋다.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는다. 정상에는 항상 보물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리라. 아쉬운 천혜의 장관을 뒤로 한 채 하산 길이 너무 서운하다. 수없이 쉬면서 올라간 산도 하산은 세번 정도 쉬고 쉽게 내려 올 수가 있었다. (84356)이 번호는 키나바루 완주 기념증 넘버 번호이다. 키나바루가 있는 한 영원히 기록 될 것이다. 정말 산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권해보고 싶은 산임엔 틀림없다.




※영광산악연합회원 15명명이 지난 6월11일부터 15일까지 말레이시아의 키나바루를 등정, 14명이 완주했으며 이글은 등반에 참여 완주한 김성운 회장의 등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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