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영광신문 편집위원
새마을운동 영광군지회 사무국장

자살하는 이주여성


지난 달 한 TV방송에서는 이주여성들의 가출과 성매매업소 전전, 그리고 생활고에 따른  배우자의 폭행 및 자살 등과 관련한 문제점들을 집중 방영함으로써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시킨 일이 있었다.


 


방송에서는 한국인 남편을 따라 시집을 왔다가 3년 만에 결국 싸늘한 주검이 되어 고국의 가족 품으로 돌아가는 한 베트남 여성의 일기를 통해 그의 한국에서의 처절했던 삶을 조명하고 있었는데 비단 이 여성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는 대부분의 결혼 이민여성들에게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문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생활고에 따른 어려움은 물론 주위사람들의 편견과 무시, 배우자의 상습적인 학대와 폭행 등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모진 운명은 때로 그들로 하여금 좌절하게 하거나 심지어 자살로 내몰리는 것이 그들 앞에 놓여 진 비참한 현실이라고 하겠다.


 


증가하는 외국인 거주자


2008년,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는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약 2.2%에 달하는 116여만명의 외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단순 관광이나 사업 등 단기 체류자와 불법 취업자를 제외하고 법무부 통계에 잡힌 순수취업자나 가족이민, 결혼이민을 온 이주여성들만을 합한 숫자이다.


 


2020년에는 외국인 체류자가 전 인구의 5%인 255여만명(전남인구 2007년 말 현재 195만명)으로 증가할 전망이어서 외국인 체류자에 대한 복지와 인권 등 이제 외국인 문제는 방치해서는 않될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한국인으로 귀화하는 결혼이민자(여성)의 수는 2001년 2만여명에서 2008년 현재 11만5천여명에 달하는 등 연 8%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데, 2010년 14만여명을 넘어서 2020년에는 26만여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치도 나오고 있어 결혼이주여성문제 역시 간과해서는 아니 될 국제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결혼이민여성의 증가속도에 비례해 이들의 이혼건수도 꾸준하게 늘어나 2005년 4,200여건에서 2007년에는 8,900여건에 달하는 등 그 폐해역시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중이라 하겠으나 더 큰 문제는 흔히 우리 한국의 젊은 부부들이 겪고 있는 성격차이나 배우자 등의 불륜에 따른 이혼이라기보다는 취약한 생활기반에 따른 생활고와 함께 주위로부터 당하는 편견과 무시, 가족들의 이해부족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어 국가적인 차원의 관심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더불어 우리 영광지역 역시 결혼이주여성들이 꾸준하게 증가하면서 2007년말 현재 150여명에 달하는 외국인 주부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들의 자녀들과 함께 지역을 떠 받치는 한 축으로 급성장을 하고 있는 터여서 지역사회 역시 많은 관심과 배려,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하겠다.


 


행복 찾아 이역만리


결혼 이주여성의 숫자는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고국을 등지고 이역만리 머나먼 한국 땅에까지 시집을 온 이유라고 하겠다.


 


그들은 6-70년대 보릿고개가 있던 배고픈 시절, 우리의 누이들과 똑같은 생각으로 꿈에 부풀어 한국인의 신부가 되기를 자청했고 그래서 또한 한국인이 되었다.


 


너무 비약되고 과장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대부분은 부자나라인 한국에 시집을 가면 잘살 수 있을 것이라는 소박한 꿈과 함께 돈을 벌어 고국의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간절한 염원이 있었기에 어린 나이에 그리운 부모형제의 품을 떠나 홀홀단신 한국으로 이주를 해 온 것이다.


 


그러나 막상 그들이 한국으로 시집을 와서 제일먼저 맞닥뜨리게 되는 것은 고국에서의 생활과 별반 차이가 없는 가난이다.


 


배우자의 절대빈곤도 문제이지만 주변으로부터 받게 되는 상대적인 빈곤감은 그들을 더욱 좌절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했다.


 


도시는 상황이 조금 다를 수도 있겠지만 농촌지역에서 국제결혼을 하는 농촌총각들 중 가정형편이 여유로운 사람이 적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장가를 들기 위한 해외 체류비용과 결혼정보회사에 주어야 하는 소개비를 마련하고자 농협에 빚을 내야 하는 사람도 있을 만큼 많은 수의 이주여성들은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가난한 사람에게 시집을 오는 것이 그들의 현실이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와는 달리 극히 일부라고는 하지만 언어장애와 지체장애, 정신장애 등 신체장애를 갖고 있는 배우자를 따라 온 이주여성들이 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대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고단한 이름의 대명사


이주여성의 문제는 첫째 상업화 된 매매혼에 있다고 하겠으며 둘째는 이주여성들의 권익과 인권의 문제, 셋째는 경제적 활동과 생활보장, 넷째 다문화 가정의 증가에 따른 다문화 자녀의 문제로 축약된다고 하겠다.


 


현재 결혼중개에 관한 법령이 곧 시행될 예정이어서 사설업체의 결혼중개로 인한 피해는 얼만큼 줄일 수 있다고 하겠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의문이 남게 된다.  


 


가난한 나라의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성을 사고파는 상품 정도로 바라보는 한국남성들의 가부장적인 의식의 변화 없이는 지금의 결혼형태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안타까운 주장도 있다.


 


이로 인한 여성들의 매매혼적인 결혼이주에 따른 피해는 계속되어질 것임을 분명한 사실인 것이다.


 


또한 국적취득에 있어서도 현재처럼 이주여성들에 대한 거주의 권리를 남편이 가지고 있음으로 해서 남편들의 가정폭력에 의한 인권침해는 계속되어질 것이어서 이주여성들의 안정적인 체류를 보장해주기 위한 사회적인 보장시스템이 확보되어야 할 일이다.


 


이주여성들에 대한 성적인 학대는 물론 상습적인 폭행 심지어 돈을 주고 사온 일꾼이나 노예취급을 당하는 일 등은 이미 전자에 언급을 했기에 더 이상 거론할 필요가 없겠다.


 


단지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일은 이주여성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우리 지역에 튼튼하게 뿌리를 내려 갈 수 있도록 그들에게 관심을 갖고 배려를 하는 일이라 하겠다.


 


가난한 나라 출신이라 못 배웠다는 편견과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의식적으로 멸시를 하는 등 그들에게 가해지는 인격적인 모독은 더 이상 있지도 있어서도 않될 일이다.


 


현재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사회가 그들이 한국인으로 정착할 수 있는 튼튼한 토대와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줌으로써 진정한 한국인으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그들에게 가장 어려운 것이 첫째 한국어 미숙에 따른 의사소통의 어려움이다.


 


한국말 소통이 않되어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함으로 해서 겪는 가족들 간의 갈등이 그들에게는 가장 큰 아픔이자 고통인 것이다.


 


부부사이에도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기에 가끔은 서로 위로하고 힘들어 할 때는 격려도 필요하겠지만 자신의 감정표현이 어렵고 더군다나 문화가 다름으로 해서 오는 부부간의 갈등도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가족들의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갈등을 풀어가는 최상의 방법이겠으나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 정도로 해석되는 유교문화 속 시집살이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의 현실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는 것이다. 


 


가족들과 멀리 떨어져 홀홀단신 이주를 해 온 이주여성들에게 배우자와 가족들은 마지막 기댈 수 있는 언덕이자 배경이다.


 


이주여성들이 한국인의 아내로써 며느리로써 그리고 한국인의 어머니로써 이 땅에 안정적으로 정착을 할 수 있도록 그들의 가족들은 물론 우리 사회의 각별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다고 하지 않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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