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자전거는 세계인의 생활 패턴을 바꿀 정도로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 교통정책을 자전거 위주로 바꿔야…”



 얼마전 옷 속을 볼 수 있는 투시경을 판다는 사기꾼들의 이야기가 우리를 한번 웃겼다. 정말 그런 안경이 있다면 어떨까. 지위나 나이, 체면 불구하고 가격도 묻지 않고 사려는 사람들로 넘쳐날 것이다. 길거리에 다니는 모든 사람, 특히 남자들은 모두 안경을 쓰고 다닐 것이란 상상을 해본다. 물론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판매금치 상품이 되겠지만 그렇다고 안팔고 못살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유행, 즉 패션도 많은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의상이나 신발, 장신구 보다 겉으로 보이지 않으면서 몸에 부착하는 패션 위주의 상품들이 쏟아질 것이다. 남녀간에 ‘몸짱’이 되려는 최근의 유행은 ‘유행’을 넘어 ‘필사적’이 될 것이다. 한편에서는 투시경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소재의 옷감이 개발돼 유행할 것이고 투시경을 착용하는 유행도 점차 시들어 사라질 것이다.


 


 유행이란 일정기간 광범위한 사회적 동조 현상으로 나타나 덧없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에게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변화로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사회적 통제나 제재가 따르는 관습이나 규범과 달리 개인의 자유의사에 따라 선택 되지만 심리적 압력으로 다가온다.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데다 가치의 변화를 포함하고 있어서다. 관습과 규범의 테두리를 넘을 수도 있고 기업화․ 상품화로 이윤추구에 이용된다는 결점도 있다.


 


 우리가 막 산업화의 길로 들어서 배고픔을 잊을 만 했던 1960년대 말 가수 윤복희가 무릎위를 훌쩍 드러낸 ‘아슬아슬한’ 미니스커트를 입고 나타나면서 시작된 ‘미니’ 바람은 우리 사회를 강타 했다. 미니와 함께 유행한 것은 남성들의 장발이다. 머리가 짧으면 촌놈(?)이나 간첩으로 취급 받을 정도였다. 젊은이들에게 불어닥친 미니와 장발은 풍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단속 대상이 됐다. 무릎위로 얼마나 올라갔는가를 재기위해 경찰관들이 자를 들고 다니기도 했다. 길거리에서 머리카락을 잘리거나 유치장 신세를 지는 수난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권의 힘도 미니와 장발의 태풍을 이기지는 못했다.


 


 옷과 헤어스타일, 신발과 악세사리등은 물론 건물의 형태나 가구, 언어, 노래등 생활속의 모든 것들은 유행이라는 바람을 타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며 세상을 변화 시킨다. 요즘 유행하는 여성들의 옷은 짧은 바지나 치마에 긴 윗옷이다. 노래는 손담비의 ‘토요일 밤에’와 슈쥬의 ‘쏘리 쏘리’등이다. 간지(이쁘다, 멋있다),뽀대(폼난다),범생이(우등생)등 국어사전엔 없는 낱말들도 유행이다.


 


 최근의 자전거 열풍은 미니와 장발 못지않다. 미니와 장발이 한국인의 외모를 바꿔 놓았다면 자전거는 세계인의 생활 패턴을 바꾸고 있을 정도로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 지구를 살리는 건강한 취미로서의 자전거는 이제 패션으로 자리 잡았다. 단순히 건강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디자인에 매력을 느껴 개성과 멋을 살리는 맞춤 자전거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자연스럽게 스포츠 잡지에서 패션 잡지 속으로 들어 갔고 판매점도 변두리에서 도심으로 바뀌었다.


 


 안장 커버, 색색의 타이어, 악세사리, 프레임, 바퀴의 크기등으로 멋을 내는 것이 대중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고급 자동차나 오토바이 대신 수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연예인들의 모습에서 새로운 트렌드(추세)를 엿볼 수 있다. 정부는 물론 도시마다 ‘자전거 도시’를 표방하며 자전거 타기를 권장하고 있어 갈수록 자전거 인구는 늘어나게 돼있다. 문제는 자전거 보관대와 전용도로의 확충이다. 교통정책의 핵심을 자전거 위주로 바꾸는 것이야 말로  지구를 살리는 길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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