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화화

정호윤/ 영광읍 남천리



  호화스러운 것은 눈을 즐겁게 한다. 눈만 즐겁고 실용적이지 못한 것은 사치다. 말도 그렇다. 달콤한 말은 귀기 즐겁지만 나에게 별 이득이 없다. 오히려 그 말 장단에 맞추다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감언이설’이라지 않는가. 달콤하고 귀에 듣기 좋은 말에 속아서는 안된다는 경고를 담은 말이다. 어린 나이부터 배운 경구이지만 ‘감언이설’을 멀리 하기가 쉽지 않다.

 


 ‘감언이설’에 넘어가지 않는 현명함을 지닌 사람은 흔치 않다. 이같은 사실을 잘 이용하는 사람들이 정치인들이다. 선거때만 되면 정치인들의 현란한 말솜씨에 유권자들은 귀를 기울인다. 요즘은 지역에 따라 특정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따논당상’ 이지만 예전엔 말솜씨가 당락을 가르는 큰 변수 였다. 유권자들은 말 잘하는 후보의 연설을 듣기 위해 쫓아 다녔다. 그들의 말에서 위안을 얻었는지 모른다.


 


정치인들의 화려한 말


 세상이 아무리 바뀌었다 해도 정치인들의 말은 국민들로부터 관심을 모은다. 그것을 아는 정치인들의 말 속에는 진실보다는 화려하고 달콤하거나 자극적인 요소들이 많다. 어떤 경우에는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 알쏭달쏭 하다. 국민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지지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될 ‘능력’일 수도 있지만 국민을 현혹 시켜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거나 발전을 저해하는 위험성도 다분하다.


 


 최근 정가에서는 ‘서민시대’와 ‘민주주의의 후퇴’ 라는 말이 자주 오르내린다. 서로 자기 정파를 지지하도록 하기 위해 국민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서민시대’라는 말은 다수의 국민들에게 ‘우리도 잘 사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진정으로 서민들을 위한, 서민 중심의 정치를 한다면 지지율은 수직상승 할 것이다. “민주주의를 후퇴 시키는 독재 정권” 이라는 비판은 독재 정권에 몸서리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국민들에게는 결코 용서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는 정치다.


 


 이처럼 화려하고 자극적인 말들 중 어떤 것이 더 진정성이 있는가를 판단해야 하는 국민들은 참으로 피곤하다. 하지만 어느 쪽도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와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 국회가 국회답지 않고 국회의원이 의원 답지 않은 모습을 너무 자주, 너무 오랜 기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말만 많았고 싸우기는 많이 하지만 그 말과 싸움이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고 주도권을 잡기 위해 ‘자기들만을 위한’ 것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국민이 많은 여론조사 결과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대가 치를 ‘감언이설’ 


 결국 화려하고 달콤하며 자극적인 정치인들의 말은 시간이 가면서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탄로가 나게 돼있다. 우선 당선되고 보자 거나 우선 잡고 보자는 정치인들의 반복된 행태에 국민들은 실망하고 있다. 당장은 ‘뱃지’를 달고 특권을 누리며 재미를 보겠지만 역사는 이를 결코 간과하지 않을 것이다. 누가 치러도 그 대가는 치를 것이라 경고하는 바다.


 


 최근 영광에도 듣기 좋고 화려한 말들이 많다. ‘천년의 빛 영광’ 이나 ‘글로리 영광’ ‘영광 방문의 해’ 등이다. 영광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허무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나의 생활, 우리의 생활이 얼마나 더 행복해 졌는가를 따져 볼 때 결코 “그렁다”고 자신 있게 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천년의 빛 영광’에서 살고 있으면 행복을 느껴야 마땅하다. ‘글로리 영광’ 이라면 나와 우리 영광 사람들에게 영광스러운 일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하지만 그렇게 행복해 졌는지도, 그렇게 영광스러운 삶을 살고 있지도 않은 것 같은데 이 말들은 가는 곳 마다 우리 눈을 자극하고 있다. 행복하고 영광스러운 삶을 추구한다는 군정 목표라면 좋다. 그러나 그 목표는 이렇게까지 화려하지 않아도 좋다. 실제 우리 삶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게 하는 군정이 화려한 구호보다 절실하다.


 


효동마을이 준 실망감


 전국 어느 자치단체보다 화려한 ‘구호’ 를 만들어 낸 영광군은 얼마나 앞선 지자체를 만들었는가. 어디에서도 영광군이 다른 자치단체보다 앞선 군정, 자랑스런 군정을 폈다는 소식을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다른 지역 공무원들과 다르다는 얘기도 듣지 못했다. 오히려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는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말은 들린다. 예를 들자면 자전거 보급에 나서라는 군수의 지시를 듣고 사고가 나면 어떻게 책임 질 것인가를 우려하며 결국 ‘없었던 일’로 만들어 버렸다는 등이다.


 


 묘량 효동 문화마을 만 해도 그렇다. 전통이 살아 있다는 장점 때문에 정부 사업으로 선정돼 조성한 것은 전통의 말살이 됐고 자연 생태는 콘크리트에 덮여 파괴된 모습으로 나타났다. 무려 30여억원을 들인 ‘작품’이 말살이요 파괴라니 어이가 없다. 효동마을에 다녀온 많은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차라리 원래의 모습을 홍보했더라면 방문객들이 많았을 텐데…”라고.


 


 그렇다. 전통적인 농촌 모습과 빨래터가 있고 실개천이 흐르는, 콘크리트가 아닌 흙을 밟고 한가하게 걸을 수 있는 효동마을은 관광 자원으로서 가치가 충분하다. 실개천을 콘크리트로 덮어버리고 현대식 건물에 콘크리트 마당을 한 곳은 특별히 찾아야 할 이유가 없다. ‘천년의 빛 영광’과 ‘글로리 영광’의 현주소가 이것이라면 너무 서글프다. ‘감언이설’이 아니길 간절히 바라고 있건만 효동마을은 영광군의 화려한 구호를 비웃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엉뚱하지만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효동마을도 좋고 가매미 해수욕장 부근이라도 좋다. 한옥 30여채를 짓고 자연 생태를 그대로 살린 ‘한옥 콘도’를 조성해 홍보한다면 전국에서 손님들이 몰려올 것이라는. 군민의 피부에 변화가 느껴지는 군정이 화려한 구호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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