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수필

혜광 스님/

 일전 보물 제1085호인 의서 동의보감(東醫寶鑑)이 유네스코의 기록유산으로 등재 되었다는 반가운 낭보가 들렸다. 더욱더 자랑스러운 것은 의학서로는 세계 최초라니 더 한층 가슴 뿌듯한 자부심과 함께 기쁨을 감출수가 없다.

 


현대의학에서는 민간요법, 전통의학을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 이라며 권장은커녕 냉대와 질시로 수천 년 전통을 가진 요법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死藏)되어 있는 터여서 이번 동의보감의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는 우리의 빛나는 전통의학을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절차를 거쳐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여 새로운 의학으로 인류에게 봉사하라는 세계인의 요구에 부응하여야 할 줄 안다.


 


동의보감에는 내경편(내과) 외형펀(외과) 잡병편(유행병등) 탕액편(약제) 침구편(침뜸)으로 총 5편 25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록에 의하면 동의보감은 임진왜란 당시 허준 선생의 주도로 왕실의료기관인 내의원이 목판으로 간행한 백과사전식 의서로 알려져 있다.


 


당시 전란으로 국토가 황폐화 되어 백성들에게 의료 혜택은 꿈도 꾸지 못할 시기에 누구나 쉽게 생활주변에 산재해 있는 약재를 구하고 시술 할 수 있는 의서가 국가 주도로 편찬되었음은 백성들의 보건의료에 대한 책무가 국가에 있다는 근대적 아픔을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동의보감은 소설과 드라마를 통하여 일반에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책을 집필한 허준은 양천 허 씨 가문의 서자(庶者)로 당시 선조임금을 진료하고 광해군의 두창을 치료한 공으로 서자로서는 파격적으로 당상관 벼슬에 올랐으며 임진왜란시 어의(御醫)로 선조임금이 의주로 피난할 때 수행하였으며 정일품 보국숭록대부(輔國崇祿大夫)의 품계를 받았음을 기록은 전하고 있다.


 


특히 허준은 일반백성들이 쉽게 볼수 있도록 한글로 쓴 언해구급방(諺 解救急方)과 언해두창집요(諺解痘瘡集要)등은 당시 미흡한 의료체계에서는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방편 이였음을 알 수 있다.


 


어느 신문사 기자가 전국을 돌며 숨은 명의(名醫)를 찾아 쓴 책 “발로 찾은 향토 명의”라는 책을 읽은 기억을 되 살려 본다.


 


대수롭지 않은 풀뿌리로 평생 고질병을 씻은 듯이 낫게 해 주어 감사 인사를 받은 것이 죄가 되어 무면허 의료행위라는 죄명으로 철창신세를 진 어느 명의의 푸념이 뇌리를 스친다. “ 병원에서 못 고친 병을 낫게 했는데 상은 못 줄망정 잡아 가다니……. 더러운 세상…….” 하드란다.


 


이들은 현대의학의 냉대를 받으면서도 잡초처럼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진정한 허준의 후예가 아닌가 한다.


 


현대의학에서는 잘 낫지 않는 병을 난치병이라 부른다.


누군가 전통의학을 대체의학이라 이름 지어 부른다. 이번 동의보감의 유네스코 유산 등재를 계기로 현대의학이 우선이고 민간요법과 전통의학은 낫지 않을 때 그냥 한번 시도해 보는 치료법으로 생각하는 사고의 발상 전환점이 아닌가 한다.


 


특히 동의보감의 침구편(침뜸)을 우리는 너무 등한시 한다.


국내에 침구사 면허를 가진 사람은 몇 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수십 년 전 침구사양성제도가 폐지되어 버렸기 때문이란다. 이대로 방치될 경우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효과를 볼수 있었던 침뜸의 효과는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이니 말이다.


 


독일, 프랑스 등 서구의 많은 국가에서는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우리의 전통의술인 침뜸술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실제임상에서 적용하고 있음을 우리는 모르는 척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오래전에 회원국에게 침뜸의 효과를 인정하고 이를 현대의학과 병용하도록 권고한바 있음을 우리 보건당국은 알고나 있는지?


침뜸의 원조인 우리는 원조 자리를 중국에게 넘기고 있으며 일본은 한해에 5천명의 침구사를 배출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동의보감의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를 진심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보건당국과 의료기득권 계층의 인식전환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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