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무산 자락에서

이형선/ 영광신문 편집위원

 불갑산(佛甲山)은 전라남도 영광군에 위치한 해발 516m의 산으로, 그 주봉(主峰)은 연실봉(蓮實峰)이다. 이는 산꼭대기 바위봉우리의 모습이 연꽃이 지고 난 열매를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광주방면에서 오다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연실봉은 남쪽으로 발치에 펼쳐있는 함평군 해보면의 문장과 월야를 품은 너른 들판을 바라보며 서쪽으로 산자락들을 길게 늘여 황해에 담그고 있는, 불갑산의 위용(偉容)과 일출과 일몰(日沒)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이다.

 


불갑산의 본디 이름은 모악산(母岳山)이다. 이는 산의 능선(稜線)들이 뻗어 주변을 감싸고 있는 모습이 흡사 어머니와 같이 포근하다하여 불리운 이름으로 칼바위에서 불갑사 쪽을 내려다보면 이를 실감할 수 있다. 그러다가 백제시대에 이르러 불교(佛)가 법성포(法聖浦)를 통해 들어와 이곳에 으뜸(甲)으로 절(寺)을 짓고 불갑사(佛甲寺)로 부르면서 산 이름도 불갑산으로 바뀐 것이다. 지금도 불갑사 주변의 행정구역이 모악리(母岳里)이며, 건너편의 산봉우리를 아직도 모악산이라고 하여 그 아쉬움을 달래주고 있다. 불갑산에는 이곳 말고도 세 곳의 빼어난 볼거리를 간직한 구간(區間)들이 있다.


 


그 첫째로 불갑산의 백미(白眉)는 주봉에서 북쪽으로 10분 거리에 있는 칼바위 구간이다. 그곳은 칼날 같이 위태한 바위위에 나있는 외길 등산로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그 시작과 끝에는 개찰구와 같은 바위 틈새들이 있어 묘미를 더한다. 또한 칼바위가 끝나는 지점의 바위에는 함평군 문장면의 들판과 광주 쪽의 하늘을 향해 둥글게 뚫려있는 천창(天窓)이 있는데, 이런 형태는 다른 산에서는 볼 수 없는 신비하기까지 한 곳이다. 칼바위 구간은 이렇게 많은 볼거리를 간직한 불갑산의 보석함과 같은 곳이다.


 


칼바위를 지날 때마다 삼십 여 년 전 영광으로 이사 와서 맨 처음 이곳에 올랐을 때의 느낌이 새롭다. 그날은 새해 첫날로 꽤나 매서운 날씨였는데 수직바위의 틈새를 동행들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겨우 올라 칼바위를 지나는데 어찌나 바람이 세던지, 아니 겨울바람에 어찌나 무섭든지 칼바위 등에 찰싹 달라붙어 네 발로 기어갔었다. 그래서 칼바위 길은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등산로였으나, 그 후 그 틈새에 돌을 쌓아 계단을 만들고 칼바위 등에는 철로 난간을 만들어서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즐기게 되었지만, 예전의 아슬아슬한 맛은 거의 없어졌다. 그러나 이제는 허리를 펴고 불갑산 전체와 주변을 조망(眺望)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 되었다.


 


둘째는 불갑산의 초입(初入)인 주차장에서 구수재에 이르는 산책길이다. 먼저 개울을 따라 생긴 어두우리만큼 울창한 평지숲길을 10여분 걸으면 여러 문화재를 간직하고 있는 백제 불교의 으뜸 사찰 불갑사가 나온다. 그리고 불갑사를 지나 저수지 옆길을 거쳐 다시 10여분을 올라 골짜기에 이르면 길이 세 갈래로 갈라지는데 그곳이 동백골이다. 골짜기에 동백나무가 많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왼쪽으로 해불암에 오르는 가파른 길을 따돌리고 계곡을 건너면 계절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구수재 길로 이어진다. 특히 이곳은 8월 중순경 계곡 물가를 따라 노랑상사화가 만발할 때부터 단풍이 질 때까지의 경치가 빼어난데 그 끝인 구수재에는 정자가 있다. 이처럼 이 길들은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한편, 평지 길에서 몸을 풀고 완만한 경사의 비탈길이 몸을 서서히 데워주는 운동효과가 있는 왕복 한 시간 남짓한 산책길로 가벼운 운동을 원하는 별도의 많은 사람들에게 크게 사랑을 받고 있다.


 


셋째는 불갑산에 숨어 있은 바위군(群)이다. 이를 조망(眺望)할 수 있는 지점은 딱 한 곳인데, 이들의 위치와 그 가치는 필자의 마음속에 매긴 것이므로 다음에 설명하기로 한다.


 


그렇다면 불갑산의 산행코스는 위의 세(두) 곳을 통과하는 길이 가장 좋은 코스라 하겠다. 그래서일까? 등산 인구가 적었던 때에는 동백골에서 해불암을 거쳐 정상에 오르는 아주 가파른 길이 많이 이용되었으나, 요즈음에는 위의 세 곳을 통과하는 3시간정도의 대세(大勢)이다. 즉, 주차장에서 곧바로 산에 올라 덫고개 - (호랑이 굴) - 노적봉 - 법성봉 - 투구봉 - 장군봉 - 노루목 - 칼바위 - 연실봉 - 구수재 - 동백골 - 불갑사 - (평지숲길)을 거쳐 주차장에 이르는 코스와 그 역순서가 주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늦은 오후에는 평지숲길을 먼저 지나 산그늘에 자리 잡아 빨리 어두워지는 구수재 길을 거쳐 연실봉에 올라 칼바위를 거쳐 석양(夕陽)을 보며 주차장으로 하산(下山)하는 역순의 방향을 권하고 싶다. 위의 코스에서 괄호를 제외한 이름은 정식 명칭을 갖고 안내 팻말이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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