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갈럼

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김 대중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 정치 구도를 깨기 위해 호남 출신 후계자가 나오는 것을 경계 했을 것이다. 노무현을 지원한 것이 이를 입증 한다”


 


예상은 했다. 하지만 충격은 크다. 누구나 가지 않으면 안되는 길을 갔지만 애석하고 안타깝다. 절로 눈시울이 젖어 온다. 대한민국 국민, 특히 우리 호남인들에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는 큰 바위로 가슴을 짓누르는 것과 같은 무게로 다가온다. 그리고 암담하다. 생각을 거듭 할수록 걱정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이제 누구를 의지하며 자랑하고 누구에게 기대를 걸어야 한단 말인가.


 


김 전 대통령은 우리 호남인들에겐 ‘자부심’ 이었으며 신앙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러기에 님의 서거는 서럽기까지 한 ‘사건’ 이다. 1300년간 이어져온 홀대의 그늘에서 설움을 씹으며 살아온 호남인들이기에 대통령에 당선되고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한 님의 영광을 마치 1300년 묵은 한이라도 푼 듯 기뻐했고 자랑스러워 했다. 어찌 님의 서거 소식에 가슴이 내려 앉고 암흑이 밀려오는 듯 한 설움이 북받치지 않겠는가.


 


호남 사람들은 말한다. 이제 언제 다시 호남에서 정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인가를. 그리고 스스로 답한다.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불가능 할 것이라고. 가신 님을 원망하기도 한다. 왜 후계자를 키우지 못했는가를. 김영삼 전 대통령의 말처럼 ‘거목’ 이기에 그 아래서 작은 나무가 자라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가고자 하는 길이 아무리 무서워도 가야 할 길이라면 기어이 가는 용기가 있는 님이 호남출신 후계자를 키우지 않은 것도 큰 뜻이 있어서 였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지역 주의 정치의 폐해를 누구보다 많이 겪었고 민족의 화합을 염원 했기에 지역 구도를 깨기 위해 호남 출신 후계자가 나오는 것을 경계했을지도 모른다. 민주당의 17대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리틀 DJ' 라 불리는 한화갑이 아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원 한 것이 지역 주의 정치 구도를 깨고자 하는 의도가 없지 않았음을 입증한다. 가신 님의 깊은 뜻을 헤아려 ’호남 출신 대통령‘을 바라지 말자. 우리 스스로 지역주의 정치 구도를 깰 수 밖에 없다.


 


지난 20여년간 우리는 김 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평민당과 국민회의, 그리고 열린 우리당과 민주당에 투표했다. 후보자자가 누구인가는 상관 없이 ‘무조건’ 이었다. 그것이 결국 님을 대통령에 당선 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으나 지역주의를 심화 시키는 부작용도 함께 가져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깜’ 이 아닌 사람도 당선되는 사례를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것도 우리 스스로가 지역 주의에 깊이 빠져 있었음을 증명한다.


 


그렇다. 우리는 그간 김 전 대통령의 소속 정당에 맹목적 이었다. 김 전 대통령이 필요로 하는 인물 이겠거니 하고 ‘깜’ 이 아닌줄 뻔히 알면서도 몰표를 몰아 주었다. 큰 인물이 세상을 뜨면 역사의 큰 획이 그어진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도 우리 현대사에 큰 획을 그었다. 반세기 가까이 이어져 온 ‘3김 시대’ 도 이제 종언을 고했다.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이 형성될 것이다.


 


이제 우리 스스로 지역주의 정치를 조장하는 선거를 배격해야 한다. 그것이 민족 화합과 남북 통일을 염원한 님의 유지를 받드는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부터 지역주의 정치구도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면 호남 홀대는 영원히 계속될 것이며 영남과 호남의 동서 갈등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 동서간의 갈등도 풀지 못하면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 이라고 외치는 것은 위선이다.


 


김 전 대통령은 선거를 통한 수평적 정권 교체로 한국의 민주화를 완성 시켰으며 남북 통일의 초석을 다졌다. 6.25 이후 최대의 국난이었던 외환 위기도 풀었으며 한국을 세계 제일의 IT 강국으로 만들었다. 또한 한국을 우주과학 10대 강국으로 올려놓을 나로호 발사에 착수 함으로써 ‘우주시대’의 문을 열었다. 이처럼 위대한 업적을 남기고 이제 님은 갔다. 가버린 님을 붙잡고 애통해 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하지만 영원히 잊지는 말자. 이제 우리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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