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대중의 존경은 커녕 야유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부와 명예를 누리고…대한민국의 모든 공직자들에게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요구 한다”


 


 로마의 한 귀족 부인이 자기 남편의 영지에 사는 사람들의 세금이 너무 많다며 이를 내려주도록 요구 했다. 남편은 부인이 나체로 시장을 한바퀴 돌면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부인은 나체로 시장을 돌았다. 주민들은 창문을 닫았고 결국 세금은 내렸다. 부인은 주민들을 위해 자기의 가장 소중한 것을 내놓았고 주민들은 그런 부인을 존경해 마지 않았다. 중세 유럽의 기사들은 부와 명예를 누렸다. 평민들은 기사들을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고 존경 했다. 기사들은 전쟁시 목숨을 걸고 싸워 평민들의 삶을 지켜준다는 사실 때문에 양자간의 관계는 원만하다.


 


 이처럼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노블리스 오블리제’라고 한다. 고위층 인사들은 자신의 부나 명예 유지를 위해 자기가 가진 소중한 무언가를 내놓는 것을 당연시 하는 것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솔선수범과 일맥 상통 한다. 지도층이 모범을 보임으로써 아래쪽 사람들이 의욕을 갖고 사회의 ‘룰’을 지키게 되는 것이다. 전쟁에서 장군이 앞장을 서는 것과 같은 것이다.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가난하고 굶주리는 데 혼자만 잘먹고 잘 살 수는 없다. 주변 사람들 모두의 적이 되어 기회만 주어지면 할퀴고 훔치려 들 것은 정해진 이치다. 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편하게 살 수 없다. 존경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다. 주위 사람들과 더불어 살지 않으면 결국 가난한 주위 사람들보다 불편하고 불안한 삶이 될 수 밖에 없다.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필요한 이유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사회 고위층, 혹은 지도층 인사들에게 요구된다. 바꿔 말하면 자기의 소중한 것을 내어 놓지 않으면 ‘고위층’이나 ‘지도층’ 인사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우리 나라 고위층 인사들에게서는 좀체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말과 글로는 흠 잡을 데 없는 사람들도 실제 생활을 들여다 보면 대중의 존경은 커녕 야유를 받을 수 박에 없는 사람들이 부와 명예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진행중인 인사 청문회를 들여다 보자. 장관과 대법관 으로 지명 받은 분들이 ‘위장전입’ 을 했단다. 명백한 현행법(주민등록법) 위반을 한 것이다. 정운찬 총리 내정자도 그렇고 이전 검찰 총장 내정자들 가운데도 있었다. 이전 정권의 장관들도 위장전입을 한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처녀가 아이를 배도 핑계가 있다더니 다들 사연들이 있다. 자녀 교육, 장인 선거 운동, 사택 배정, 심지어 부동산 투기 목적의 위장 전입 사례도 있었다.


 


 어떤 이유든 그런 짓을 못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주민등록법을 위반 해가면서 자기 자식만 교육 잘 시키겠다고 나서고, 떼돈 벌겠다고 나선 것이다. 법을 집행하는 주무부서 장관과 법률 위반 여부를 최종 판결하는 대법관 내정자 까지도 그 대열에 있다고 하니 이나라 ‘잘 나가는 사람들’의 도덕적 해이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 할만 하다. 자기들이 누리고 있는 부와 명예를 지키기 위해 소중한 것을 내어 놓아야 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 를 완전히 무시하며 ‘챙기는’ 데만 전념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지도자의 위치에 서 있도록 허용할 수 없다. 학력, 경력, 인물이 조금 부족하드라도 자기보다 아래 계층의 사람들에게 소중한 것을 내어주어야 한다는 의식이 있는 사람들을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 나라의 미래가 밝을 것은 자명한 이치다. 고위층 인사일수록 높은 수준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가 요구된다.


 


 일선 시· 군의 공직자들도 마찬가지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가 요구된다. 주민등록은 근무지 시· 군에 올려 놓고 실제로는 도시에서 사는 공직자가 근무하는 시· 군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볼 수는 없다. 진정한 ‘공복’ 이라면 시청이, 군청이 자기와 처자식을 부양하기 위해 ‘돈벌이’ 하는 곳이 아니라  봉사하기 위한 터전 이라는 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공직자들에게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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