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갑산(佛甲山) 유감(有感) <하>

이형선/ 영광신문 편집위원

 (지난달에 불갑산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이런 불갑산의 가치(價値)를 알아서일까? 아니면 불갑산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일까? 한때 도립공원지정을 요청한 적이 있었다. 필자의 생각은 그런 맹목적인 노력보다 불갑산의 진정한 가치를 찾아 품격(品格)을 높이는 실질적인 노력을 먼저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 불갑산의 숨어있는 가치 발굴에 힘써야한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불갑산의 자연에서 이름을 갖고 있는 곳은 열 개 정도로 주로 봉우리나 고개에 집중되어 위치를 나타내는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러나 불갑산은 그 규모는 작지만 아름다운 볼거리는 그 어느 산보다 더 많이 품고 있는 산이다. 어느 시인의 노래처럼 우리는 그들의 이름을 불러 주어야 한다. 그럴 때에 그것들은 의미(意味)가 되고 존재(存在)가 되어 불갑산의 가치를 바로 매김 할 것이다. 앞서 말한 바위 가운데 둥글게 하늘이 열린 천창(天窓)은 다른 산에서는 보지 못한 형태이고, 두 사람이 누움직한 자연동굴은 불갑산의 호랑이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이 밖에도 자화상처럼 생긴 우스꽝스러운 바위와 전설이 있음직한 사냥꾼과 여우, 토끼와 거북이 바위 등 필자가 여태 보아둔 곳만도 10여 곳이 넘는다. 그리고 이들을 이야기로 꿴다면 그 효과는 배가(倍加)될 것이다.


 


 이와 함께 남한에서 이미 멸종된 한국호랑이의 유일한 박제표본이 남아있고 그 마지막 두 번째 호랑이 서식지로서의 불갑산의 의미와, 백제불교의 으뜸 사찰 불갑사의 문화재와 역사적 가치를 개발하는 것도 병행하여야할 것이다.


 


 둘째, 보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이를 위하여 지역사람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학술조사와 야생화 강좌, 그리고 각종 대회 등을 개최하여 불갑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저변을 확대하였으면 좋겠다. 또한 매년 반복되는 자연재해의 피해를 교훈삼아 대비하여야할 것이다. 작년 가뭄에 법성봉에 있던 불갑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래서 값을 헤아릴 수 없는 소나무가 죽어 마음이 너무 아팠다. 이와 함께 노적봉과 장군봉에 오르는 길가의 노송(老松)도 몇 그루가 말라죽었다. 이들을 다시 회복하는 것은 우리 세대는 고사하고 앞으로도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러므로 이번 일을 교훈으로 삼아 앞으로 이런 천재지변에는 행정적인 지원을 이들을 보호하는 대책을 세워야할 것이다. 한편, 칼바위 등 높은 곳의 철 구조물에는 우천(雨天)시 낙뢰(落雷)에 따른 우회등산로 사용안내문을 상설 게시하는 등의 세밀한 배려가 아쉽다.


 


 셋째, 불갑산 개발의 방향과 한계에 좀 더 고민하여야 한다. 일요일마다 불갑산에 오르는 필자는 등산로에서 영광군수와 군청직원들을 자주 만났다. 그런 군(郡)의 관심에서인지 불갑산에는 작년(2008년)부터 작은 공사들이 있어왔다. 그것은 등산로를 편리하게 하는 일에 집중되었다. 작년에는 연실봉에 오르는 급경사 바위길 구간에 철 구조물을 설치하고 그 위에 목재 계단을 설치하였다. 올해는 장군봉에 오르는 급경사 흙길에 계단을 설치하고 있는데, 직선으로 진행하던 철 구조물들을 모두 철거하고 곡선으로 수정하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세밀한 설계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계단재료는 목재대신 합성수지를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서, 이전까지의 불갑산 등산로 개발형태를 살펴보면 암반에는 바위를 쪼아 계단을 내거나(덫고개에서 정상 구수재 구간의 곳곳 조금씩), 물이나 등산화에 깎이기 쉬운 흙 비탈에는 돌을 박아 포도(鋪道)를 만드는(정상에서 구수재 동백골 구간) 자연에 가까운 친근한 방식으로 하여 이젠 이질감이 전혀 없는 자연의 일부가 되어있다. 그러므로 이런 것들의 장단점들을 고려하는 고민이 더 있어야할 것이다. 그리고 등산로 위주의 개발보다는 경관(景觀)을 조망(眺望)할 수 있고 휴식(休息)을 취할 수 있는 시설과 편의시설에도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한편, 두 군데에 있는 위험한 길과 안전한 길의 표지판은 전혀 타당성이 없어 보인다. 또한, 작년 공사에서는 위험하지도 않은 바위 사이에 작은 계단을 만들어 오히려 재미 하나를 잃었는데, 이처럼 불필요한 것들을 애써 하는 것은 친절이 아니라 산을 훼손하는 일임을 명심(銘心)해야 할 것이다.


 


 넷째, 그러므로 불갑산의 개발은 다수의 공감을 얻는 방법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책상에서의 계획되고 개발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불갑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다수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갑산을 사랑하는 자생적인 모임들이 생겨나도록 행정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위와 같은 노력들을 병행할 때에 불갑산이 가지고 있는 가치가 드러나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명산(名山)으로 우리 앞에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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