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명절을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말고 느리게 사는 삶을 실천하는 좋은 기회로 즐기자. 자녀들의 ‘웰빙’을 위해서라도 설․ 추석을 ‘명절’로 되돌리자”


 


우리 한국인들은 1년에 두 번씩 세월의 흐름을 확인하는 행사를 치른다. 설과 추석이다. 나이 어려서는 기다려지는 즐거운 ‘명절’이지만 성인이 되면서부터는 차츰 어떤 의무감과 부담감 속에서 맞는 사람들이 많다. 설과 추석이 다가오면 “어떻게 쇨까”하며 착잡해 한다. 지나고 나면 ‘후유’ 하고 또 한번의 ‘행사’가 무사히 넘어갔음을 안도 한다. 우리는 또 한차례 중요한 ‘행사’를 치렀다.


 


 설은 새로운 한해를 축하하는 즐거운 명절이고 추석은 조상님께 풍년 농사를 감사하며 즐기는 명절이다. 이렇게 즐거워야 할 큰 명절을 우리는 왜 부담스러워 하며 맞는 것인지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태어난 곳에서 살아가던, 가난했던 시절에는 그냥 ‘명절’로 즐겁게 쇨 수 있었는데 산업화로 객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고통과 부담이 따르는 ‘행사’가 돼버린 것 같다.


 


 챙겨서 작은 선물이라도 해야할 대상과 뇌물성 선물을 하지 않으면 안될 대상이 늘어나 경제적 부담이 커진 것이 큰 원인일 것이다. 거기에 오가는 고향길에 치러야 할 ‘전쟁’까지 더해지니 어찌 마음이 무겁지 않겠는가. 아무리 부담스럽고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해도 아직까지 설과 추석은 그냥 넘길 수 없는 민족의 큰 명절이다. 우리 자신의 존재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한국인 답게 살도록 해주는 소중한 깨달음을 주기 때문이다.


 


 즐겁고 풍성했던 민족의 큰 명절이 부담스러운 ‘행사’가 된 것은 ‘빨리빨리’가 한국인의 특성인 것처럼 보이기 시작한 때 부터인 듯 하다. 먹을 것과 입을 것만 해결되면 만족했던 시절에는 기다려지던 명절이 조금이라도 더 잘 살기 위해 ‘빨리빨리’ 살다보니 경제적 실속은 없고 시간과 돈만 들어간다는 생각이 ‘명절’을 ‘행사’로 느끼게 한 것은 아닌가. 우리 모두 한번쯤 생각해 보자.


 


 이제 우리는 ‘빨리빨리’ 하지 않아도 충분히 어느 정도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21세기 들어서 어느정도 사유재산도 생기고 정치적 자유가 보장되자 본격적으로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 서두를 필요가 줄어든 ‘웰빙’ 시대를 맞은 것이다. ‘빨리빨리’ 는 이제 ‘느림의 미학’에 밀리고 있는 추세다. 사람답게 여유롭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패스트 푸드’보다 ‘슬로우 푸드’를, 번잡한 도시보다 ‘슬로우 시티’를 찾는 지구촌의 신풍속도가 한국에서도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다. 제주도의 ‘올레길’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영광에서 광양까지 걷는 길을 만들고, 영광의 ‘선비길’등 멋진 이름의 걸으며 사색할 수 있는 길들이 전국 각지에 개발되고 있는 것이 그 증좌다. 그렇다고 빠른 것이 부도덕하고 나쁜 것은 아니다. 느림과 빠름이라는 양극단의 가치들이 만드는 미덕들을 조화시키며 삶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다.


 


 ‘슬로우 푸드’ 운동이란 한마디로 전통음식을 지키자는 세계적인 운동이다. 된장과 간장, 고추장은 물론 발효식품인 김치와 젓갈까지 우리 전통음식은 모범적인 ‘슬로루 푸드’이다. 우리 전통음식의 맥을 이어가는 것이 ‘슬루우 푸드’ 운동을 가장 효과적으로 쉽게 실천하는 길이다. ‘슬로루 푸드’ 운동은 음식을 넘어 느린 삶을 지향한다. 자라나는 세대를 전통음식의 세계로 이끄는 것이 느리게 사는 삶을 실천하는 첫걸음인 것이다.


 


 즐거운 우리의 큰 명절을 부담스럽게 생각지 말고 느리게 사는 삶을 실천하는 좋은 기회로 생각하며 즐기자. 햄버거와 피자에 길들여진 우리 자녀들이 전통음식의 맛과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생각한다면 귀성‘전쟁’ 쯤은 1년에 몇 번을 치러도 좋지 않겠는가. 우리 자식들의 ‘웰빙’, 높은 삶의 질을 생각해서라도 설과 추석을 제자리로 되돌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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