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자기 주장과 의지를 강조하고 책임져야 할 학자와 정치인, 시민운동권 인사들이 책임회피성 표현을 즐겨쓴다는 사실이 유감스럽다”


 


친구인 신형섭군은 말의 쓰임새에 상당히 민감하다. 어문학자인 부친 신상순 교수님의 영향이 없지 않은 것 같다. 평소 못마땅하게 생각해온 우리말의 이상한 유행(?)에 대해 그가 나의 속내를 들여다 보기라도 한듯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다 라고 하는 것은 …” “좋은 것 같아요” 의 어법을 쓰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본시 “…한다는 것은 …” “좋아요” 라고 말해 왔는데 ‘라고’와 ‘것 같아요’를 끼워 넣어 말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언제부터인가 자기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이같은 표현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런 말투를 즐겨 쓰는 사람들의 어조는 대개 상당히 강경하다. 학자와 정치인, 시민운동권 인사들이 즐겨 쓰고 있다. 말은 강하게 하면서도 “…라고 하는”식의 인용법을 쓰고, 좋다고 느끼는 것 조차 “좋은 것 같다” 고 말하는 것은 자기가 한 말, 심지어 자기의 감정까지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자기의 주장과 의지를 강조하고 책임져야 할 학자와 정치인, 시민운동권 인사들이 이같은 책임회피성 표현을 즐겨 쓴다는 사실이 유감스럽다. 일반인들에게 영향력이 큰 직업을 가진  인사들이 말의 뜻을 아리송하게 만드는 이상한 유행을 확산시킴으로써 우리말을 이상한 언어로 만들어 가고 있는 현실이 더욱 유감이다. 이같은 책임회피성 말투가 일반화 된다면 우리나라는 말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이상한 나라가 될 것이다. 경계할 일이다.


 


 지구상에는 6천여개의 언어가 있는데 2주에 하나꼴로 사라져 가고 있다. 알래스카의 에약어는 앵커리지의 84세된 스미스 할머니 한사람만 구사하고 있는등 언어의 사멸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호주에서는 원주민들이 쓰던 수백가지의 언어가 사라졌고 미국에서도 수백가지의 언어중 150개 미만이 겨우 살아 남아 있다. 언어의 사멸은 전쟁과 대량학살, 치명적 자연재해, 영어와 중국어에 의한 약육강식 때문이다.


 


 먼 미래까지 살아남아 민족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언어는 그 수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어의 미래는 어떨까. 다행히 우리말은 말하는 그대로를 부호로 표현하는 문자를 갖고 있다는 강점이 있다. 영국의 역사학자 ‘존 맨’은 “한글은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 “한국의 알파벳은 알파벳이 어느 정도까지 발달할 수 있고 또 그 한계를 보여준다”고 극찬했다.


 


 언어연구학으로 세계최고라 할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은 세계의 모든 문자를 과학성· 합리성· 독창성등을 기준으로 평가, 한글을 1위에 올렸다. 독창성과 효율성이 세계에서 가장 돋보이는 문자이며 간결하고 우수해서 문맹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고 평하는 학자도 있다. 한국과 깊은 인연이 있는 ‘펄 벅’여사도 “한글이 가장 단순하고 훌륭하다. 세종은 한국의 레로나르도 다빈치다”고 말했다.


 


 90년대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 언어학자들의 회의에서는 한글을 세계공용어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과학적이며 철학적이고 배우기 쉬운 문자라는 세계의 인정을 받아 세계화에 나섰으나 단 한나라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나 최근 인도네시아 부톤섬의 찌아찌아족이 한국어를 공용어로 채택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한글 수출 1호를 기록하며 세계화의 전초기지가 마련된 것이다.


 


 “한글은 금, 로마자는 은, 일본의 가나는 동, 한자는 철”이라고 한 한글타자기 최초 발명자 공병우 박사의 말대로 한글이, 우리말이 세계최고의 길로 나가고 있는 것 같아 가슴 뿌듯하다. 정부에서는 세계 곳곳에 세종학당 150곳을 세워 한글을 널리 알리겠다고 한다. 박수다. 우리말의 이상한 유행이 사라지도록 하는 노력도 꼭 뒷따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강산도 빼어났다 배달의 나라. 긴역사 오랜전통 지녀온 겨레. 거룩한 세종대왕 한글 펴시니 새세상 밝혀주는 해가 돋았네. 한글은 우리자랑 문화의 터전. 이글로 이나라의 힘을 기르자’ 잊혀져가는 한글날 노래도 높이 울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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