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좋은 의미에도 불구하고 피하고 싶은 것은 획일적이고 강제적인데다 잘못된 음주문화 때문이다. 다양한 취향을 고려한 새로운 회식문화를 받아들이면 어떨까”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말이 아니다. “나에게 술을 마시게 하는 친구는 원수”라는 생각이 몸과 마음 속에 가득하다. 점심 시간에 시원한 국물로 속풀이를 하고 나면 살만해진다. 오후 3시쯤 되면 다시 술 생각이 난다. 한잔 하자는 전화가 기다려 진다. 4시쯤 되면 ‘한잔’ 할 친구가 찾아오지 않는지 창문 밖을 자주 쳐다본다. 술을 ‘사랑’ 한 선배의 말이다. 술이 얼마나 좋으면 거의 매일 이같은 일상이 반복될까.


 


 술을 못하는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술의 세계’다. 그래도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한술’ 하는 분들이니 나처럼 술 한모금 못하는 비주류(非酒流)들은 어디서건 비주류(非主流)를 면치 못한다. 마실 ‘핑계’를 찾아가며 마신다니 술이란 마약처럼 유혹성도 강한가보다. 주류들이 애써 찾지 않아도 술자리가 많아지는 ‘시즌’이 다가왔다. 연말 송년회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으니 좋겠다.


 


 회식은 우리 사회에 하나의 문화로 정착돼 있다. 어느 직장이나 친화와 결속을 다진다는 이유로 회식을 갖는다. 주말, 월말, 연말, 연시는 물론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 있을 때도 회식을 통해 축하하고 위로 한다. 함께 모여 식사하고 한잔씩 하며 못다한 얘기들을 나누는 회식이야 말로 우애와 결속을 다지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으며 생산성을 향상 시키는 바람직한 문화다. 하지만 직장인의 70%정도가 회식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한다. 이유는 대부분 폭탄주를 돌려 마시는등의 ‘술 문화’ 때문이란다.


 


 자기 주량에 맞게 적당히 즐겨야 몸과 마음의 ‘약’이 되는 데 폭탄주를 돌아 가면서 강제로 마시라고 하니 술이 약한 사람에게는 회식 자체가 고역일 수 밖에 없다. 1차로 끝내면 그나마 다행이다. 2차로 노래방을 가지 않으면 ‘무효’다. 여기서부터가 많은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 성희롱과 과음에 따른 사고도 많다. 건설적인 의도로 시작한 회식은 결국 술 좋아하는 상사에게 끌려다니며 술시중이나 들고 과음으로 건강을 해치는 ‘공식 행사’ 가 돼버리고 말기 일쑤다.


 


 회식은 끼니를 때우기 어렵던 시절, 회사 간부들이 부하 직원들을 위해 자리를 마련하여 정을 나누던 미풍양속이다. 이같은 좋은 의미에도 불구하고 피하고 싶은 자리가 돼버린 것은 개인 사정을 배려하지 않는 획일적인 회식문화와 음주문화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 최근에는 구성원들의 다양한 취향을 고려한 회식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회식문화가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운동 경기를 즐기며 동료애를 키우는 스포츠 회식, 와인 디너 파티, 영화나 스포츠 관람후 식사, 교복을 빌려 입고 기차타고 떠나는 추억의 수학여행, 뷰티샵 회식등 건강하고 즐거운 회식을 위한 아이디어들이 돋보인다. 음주문화 개선을 위한 삼성중공업의 ‘119 캠페인’도 눈여겨 볼만 하다. 1가지 술만, 1차에서, 9시 전까지 마치자는 것이다. 이제 획일적이고 강제적이며 술에 부대끼는 회식은 구시대적이며 ‘촌스러운 ’ 것이다. 이제 올 송년 회식 부터는 새로운 회식문화를 받아들이면 어떨까.


 


 동료들이 함께 어울려 유대를 강화하고 서로의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며 조직력을 키우는 데 회식만큼 좋은 것은 없다. 새로운 회식 문화의 등장은 회식의 참된 의미를 찾자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멋있는 회식을 하는 멋있는 직장인, 멋있는 직장이 멋있는 대한민국을 이끌어가 주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