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세종시의 해법은 정치에서 찾아야 한다. 싸움질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예산안 심의도 서두르고 민생과 경제도 안정 시켜야 한다”


 


 떨어져 흩날리는 낙엽이 상념에 젖게 한다. 즐겁고 긍정적인 생각보다 쓸쓸하고 부정적인 것들이 머리를 어지럽힌다. 곧고 푸름을 자랑하던 모습은 간데없고 아무렇게나 구겨져 뒹구는 색 바랜 낙엽에서 인생을 보는 것 같다. 낙엽을 짓밟으며 깜짝 놀란다. 그래도 낙엽은 태어나서 그 모습을 잃을 때까지 그 역할을 다한다. 푸름으로 생명을 유지케하고 땅에 떨어져서는 그 땅을 거름지게 한다. 경외롭다. 나의, 우리의 인생도 낙엽만큼이나 가치 있는가에 생각이 미쳐서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낙엽을 보며 ‘표’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으리라.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 들은 아마 그럴 것이다. 이해한다. 그들에게 ‘표’는 ‘국민’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렇지 않은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국민을 위해…”라고 말하는 정치인들의 말은 “표를 위해…”로 새겨들으면 된다. 국민을 위한 진정한 정치는 보이지 않고 오직 표만을 위한 정치가 판을 치는 대한민국이다.


 


 지금 이나라의 국민들은 불안하다.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모범적’으로 잘 빠져 나왔다는 국제사회의 평가로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고 불안요인이 남았다는 ‘주의’ 경보도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철도 노조의 파업등 노동계의 움직임도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여기까지는 어떻게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세종시를 둘러싼 갈등에 따른 불안은 단기간에 해소될 것 같지 않다.


 


 원안 고수와 수정안을 놓고 정당간은 물론 한나라당도 둘로 쪼개져 갈등을 빚고 있으니 언제 어떻게 결론이 날지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세종시’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정치판의 싸움터가 돼버린 형국이다. 해당 지역인 충청권을 제외한 지역은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싸움’은 전국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정치가 온통 ‘세종시’에 함몰 되어서다.


 


 정치권이 세종시에 ‘올인’하는 바람에 국가적으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내년 예산안 심의조차도 못하고 있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법으로 정해진 예산안 통과 시한을 상습적으로 넘기는 것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도 “네 탓” 만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이다. 국정이 마비되든 말든 싸움질에만 열중하는 정치판이 한심스럽고 원망스럽다.


 


 모두 한마음 한 뜻으로 싸움질을 하면서도 ‘책임’은 모두 ‘네 탓’이다. 나라가 잘 못되는 데는 정부와 여당은 물론 야당에도 일정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 상식인데도 우리 정치판은 모두 ‘네 탓’으로 돌리고 넘어가는 데 이골이 났다. 내년 예산안 심의가 늦어져 내년 재정 운용이 잘못돼 자칫 위기에서 빠져나오는 경제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또다시 ‘네 탓’ 공방만 하고 국민에게 고통만 안겨줄 것이다.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하는 것이 국가 이익에 부합되지 않는다면 수정 추진하는 것이 옳다. 국민과의 약속은 지켜지는 것이 마땅함으로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틀리지 않다. 둘 다 소신 있는 행동으로서 그 용기와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양측이 자기의 소신을 관철시키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 또한 중요하고 필요하다. 문제는 그 방법이다. 갈등을 해소하는 방식이 꼭 ‘투쟁적’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서로 시간을 갖고 이성적으로 접근함으로써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정치의 요체다. 세종시의 해법은 정치에서 찾아야 한다. 싸움질로 이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먼저 정치를 회복시켜야 한다. 그리고 예산안 심의도 늦었지만 서둘러야 한다. 민생과 경제도 안정시켜야 한다. 그런 정치의 ‘기본’을 이행하고도 힘이 남으면 협상도 하고 설득도 하고 싸움질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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