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물을 아끼고 대중목욕탕에서 수건 한 장만 쓰는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다. 걷거나 자전거 타고 다니는 사람이 문화인이다”



 불교에서는 음력 10월 보름부터 정월 보름까지 3개월간을 동안거 (冬安居), 4월 보름부터 7월 보름까지 3개월은 하안거(夏安居) 기간으로 정해 바깥출입을 삼가고 수행에 정진한다. 이 안거제는 석가께서 살아계실 때 제자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시행했다고 한다. 인도에서 여름이 가고 우기가 오면 땅속 작은 벌레들이 기어나와 걸어다니면서 밟아 죽이게 될 뿐 아니라 불편한 교통과 질병 때문에 돌아다니기 어려워 우기 3개월간은 돌아다니는 것을 중지한데서 유래한 것이다.


 


 한국 불교에서는 가장 춥고, 더운 3개월씩을 각각 동안거와 하안거 기간으로 정해 산문 출입을 삼가고 수행에 정진하는 것을 계율처럼 시행하고 있다. 이 기간은 스님들의 수행 기간이지만 돌아다니던 스님들이 한데 모여 계율이나 승단의 제도를 정비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속세인들의 눈으로 보면 스님들이 돌아다니기 어려운 시기를 이용해 못다한 공부도 하고 반성도 하며 불교의 내실을 다지는 기간이다.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스님들의 발길을 붙들어 맨 것은 ‘기후’ 였다. 추위와 더위, 눈과 비가 아니었으면 스님들의 발길을 붙들지 못했을 것이다. 인류가 문명을 발전시키면서 살아온 동안 지구의 기후는 거의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이제 인류의 횡포를 견디지 못한 지구의 기후가 변하고 있다. 대책을 서두르지 않으면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5-10년이 지나면 ‘대책’ 조차도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당장 대책을 세우고 시행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지구의 위기를 한발 앞서 깨달은 사람들은 환경보전을 위해 생활 습관부터 바꿨다. 기후변화의 주범인 탄소 배출 줄이기에 나섰다. 자동차의 사용을 억제하고 자전거 타기를 일상화하는등 에너지 소비 줄이고 있다. 바람· 태양열· 조류를 이용한 발전에 관심을 기우렸다. 위험하다고 기피해오던 원자력 발전소도 탄소 배출량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에도 환경을 보전하고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인식은 확산되고 있다. 쓰레기 줄이기와 분리수거, 자동차를 멀리 하고 걷거나 자전거 이용하기. 물 아껴 쓰기등이 지구를 지킬 수 있는 생활 습관이라는 인식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같은 인식이 아직 일상생활의 문화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두다 돈도 아끼고 건강도 챙기는 일인데도 소홀히 여기고 있는 것이다.


 


 생활 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당장 우리의 건강을 해치고 경제적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후손들이 살아가기 어려운 환경을 물려주게 된다. 물을 아껴 쓰고 대중목욕탕에서 수건 한 장만 쓰는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다. 어지간한 거리는 걸어다니고 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문화인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다고 물이나 종이를 낭비하고 좋은 자동차가 있다고 자랑하는 사람은 이제 시대에 뒷떨어진 사람이다.


 


 고속도로가 많이 건설되고 자동차가 많은 나라가 일류 국가인 시대는 지났다. 자전거의 교통 분담율이 높고 전철의 비율이 높아 탄소 배출량이 적은 나라일수록 일류국가로 평가받는 시대다.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도 지구촌에서 ‘일류’로 대접받기 위해서는 세계 9위의 탄소배출국임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생활습관부터 고쳐야 한다.


 


 세계 190여개 국가가 코펜하겐에 모여 기후회의를 갖는다. 탄소 배출을 의무적으로 얼마만큼 줄이자는 회의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들 사이에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지만 ‘하나는 모두를 위하고 모두는 하나를 위하는’ 정신으로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길 만이 지구와 인류를 구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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