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送舊迎新)

고봉주/ 새마을 영광군지회 사무국장

영광신문 편집위원

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올 한해는 유난히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일들이 많았다.


해마다 이 맘 때쯤에 상투적으로 사용하던 다사다난했다는 말 한 마디로 올 한 해의 이야기들을 담아내기에는 참으로 안타까운 사건사고가 많았던 해이다.


우리는 두 분의 전직 대통령을 한꺼번에 잃는 슬픔을 겪었으며 4대강에서 울려 퍼지는 불도저의 굉음 소리에 조여 오는 가슴을 쓸어내기도 했다.


늘상 반복되는 일이 되겠지만 지난 한 해를 되돌아봄으로써 반면 거울로 삼아 다시는 그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올 한 해의 주요 사건사고들을 간추려 본다.


 


두 분 대통령 서거


올 한해의 가장 큰 사건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였다.


퇴임 후 낙향하여 세상 사람들과 부대끼며 서민처럼 살고 싶어 했던 전직 대통령은 그러나 자신이 개혁하려 했던 검찰의 칼끝에 상처를 입고 “누구도 원망하지 말라.”는 짧은 육필시만 남긴 체 경남 김해 봉화산 부엉바위에서 투신함으로써 전 국민을 충격에 휩싸이게 했다.


뒤 이어 햇볕정책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끌어내 민족의 통한인 분단조국의 허리를 잇고 그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타계함으로써 우리는 두 분의 거목을 잃아야만 했던 참으로 슬픈 한 해였다.


 


세종시 백지화와 4대강 개발


지난 9월, 충청도 출신인 정운찬 국무총리가 세종시의 수정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한나라당이 이를 공식화했지만 야권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며 정치권의 반목과 갈등을 부추기고 있으며 4대강 개발 역시 정치권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새해 예산안과 맞물려 파행을 겪고 있다.


 


신종플루 대규모 확산


지난 4월 멕시코에서 집단 발생한 신종플루는 전 세계로 퍼져 가면서 지구인들을 떨게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12월 현재 280만명이 넘는 확진환자가 발생했으며 50여명의 사망자도 발생했다.


 


용산 철거민 참사


지난 1월 연초, 용산재개발지역을 두고 철거민과 검찰의 대치가 격화되면서 결국 진압과정에서 옥상 망루에 불이 붙게 되었고 이 사고로 농성자 5명과 경찰관 1명이 불에 타 숨지는 참극이 발생했다.


이 외에도 피겨요정 김연아 선수가 세계대회를 재패, 연속 우승과 신기록을 작성하면서 우리 국민들의 가슴에 맺혔던 응어리를 녹여 주는 청량제 역할을 해주었다.


또한, 북한의 장거리 로켓포 발사 및 2차 핵실험이 이어지면서 6자회담에서마저 이탈을 해 국제적 고립에 빠져있는 북한은 아들 김정은을 또다시 후계자로 내정하여 김씨왕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부녀자 10명을 연쇄살인한 살인마 강호순은 년 초부터 온 국민을 경악으로 몰아넣고 치를 떨게 했던 사건도 있었지만 우리의 국력을 반영하듯 신흥 공업국으로는 최초로 2010년 G20 정상회의를 우리나라에 유치하는 쾌거도 이루었다.


 


방기곡경(旁岐曲逕)


지난 20일, 교수신문은 올 한해 한국 사회의 모습을 풍자한 사자성어(四字成語)로 ‘旁岐曲逕’(방기곡경)을 선정했다고 보도했다.


전국의 일간지 칼럼니스트와 각 대학의 교수를 망라한 지식인 216명을 대상으로 올해의 사자성어를 설문조사한 결과라고 했다.


방기곡경(旁岐曲逕)은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좁은 샛길과 굽은 길’을 뜻하는 말인데 조선 중기의 유학자 율곡 이이가 ‘동호문답’(東湖問答)이라는 저서에서 군자와 소인을 가려내는 방법을 설명한데서 비롯되었다.


즉, 소인배는 ‘제왕의 귀를 막아 제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방기곡경’의 행태를 자행한다.’라는 문장에서 비롯된 것으로 바른 길을 좇아 정당하고 순리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사용, 억지로 밀어부치는 것을 비유할 때 많이 쓰이는 말이다.


‘방기곡경’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것은 세종시 수정, 4대강 사업 추진, 미디어법 처리 등 굵직한 정책 처리 과정에서 타협과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샛길, 굽은 길로 돌아갔음을 비판하는 것이라고 교수신문은 전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마지막 유언에서 정치인들의 화합을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의 우리 정치권은 건전하고 진지해야 할 정책의 장을 당리당략에 따른 사생결단의 혈투장으로 만들어 놓고 말았다.


전 대통령의 투신에 따른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똑 같은 방법으로 전직 총리가 검찰의 수사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서글픈 현실을 바라보면서 우린 언제쯤 다사다난했다는 표현 대신 정말 아쉽고 행복한 한 해였다는 말로 송년사를 채울 수 있을지 그저 안타까움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여의도를 뜨겁게 달구는 높은 분들의 진저리나는 편싸움보다는 도청 사거리에 높이 세워진 사랑의 온도탑이 100도를 넘어 펄펄 끓을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말만 앞선 정치인들보다는 연말연시 춥고 배고픔에 떨어야 하는 서민들에게 내미는 이름없는 독지가들의 따뜻한 손길이 우리 사회를 사람 살만한 세상으로 만들어 가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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