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영광신문 편집위원 , 새마을운동 영광군지회 사무국장

미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

미국 뉴욕주의 웨스트포인트 시에 자리 잡고 있어 웨스트포인트(West Point)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미 육군사관학교는 독립전쟁 후 신생 미합중국의 군대를 이끌어가기 위해 설립된 육군 장교 양성 기관이다.

영국과의 독립전쟁을 치르면서 전장을 진두지휘할 장교 양성의 중요성에 대해 크게 인식을 했던 미 연방정부는 전쟁당시 워싱턴 장군의 사령부가 있었던 허드슨강가에 군사학교를 세우고 장차 전쟁을 대비하여 장교를 양성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웨스트포인트가 설립되기까지는 많은 정치적인 난관과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특히 미국의 3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웨스트포인트 설립에 앞장을 섰던 토머스 제퍼슨의 반대는 지나칠 만큼 도를 넘었다.

당시 전쟁에서 승리하기는 했지만 오합지졸인 민병대를 정규화시킬 필요를 느꼈던 제2대 존 애덤스 대통령은 고급 장교를 길러낼 군사전문학교의 설립을 역설하고 의회에 승인을 요청하였으나 일부 정치인들에 의해 좌절되고 말았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반대의 선봉에 섰던 제퍼슨이 3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의회를 강하게 설득하여 자신이 그렇게 반대했던 육국사관학교를 설립하게 된다.

반대를 했을 당시의 제퍼슨에겐 반대의 명분이 분명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의 소신을 뒤엎을 수밖에 없었던 무슨 절박한 사연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세종시, 그리고 이회창

충청도에 행정수도를 건설하여 수도권의 인구 과밀화를 막고 아울러 전국에 혁신도시를 건설함으로써 국토의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야심찬 지방분권정책이 존폐의 위기에 섰다.

세종시를 교육과학중심도시로 키우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세종시수정안’이 발표되자 정치권은 벌집을 쑤셔놓은 사생결단의 격투장으로 변모하고 말았다.

행정수도에 기대를 걸었던 충청도민은 물론 자신들의 혁신안마저 수정된 세종시안에 빼앗길 것을 우려한 혁신도시의 주민들도 분개하기는 매 마찬가지다.

특히 민주당에 이어 충청도를 기반으로 하는 자유선진당은 세종시수정안의 결사반대를 외치며 삭발과 함께 국회의원직까지 걸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치권을 바라보는 우리들에겐 참으로 아이러니한 모습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2002년 대통령 선거당시 세종시를 건설하여 행정수도를 옮겨가겠다는 노무현 당시 후보에 대해 한나라당 후보였던 이회창씨는 "충청인을 다시 한 번 속이려는 무책임한 졸속 공약"이라고 비난을 퍼부었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대선 하루 전 충남도청을 찾아 '행정수도 이전' 공약에 맞서 "대전. 충남을 명실상부한 과학기술수도로 만들고, 대전이 중심이 되어 충남북을 잇는 대규모 첨단과학특구를 만들 것"이라고 공약했다.

노무현 후보의 공약을 비난하며 대신 내 세운 공약인 과학기술수도론이 이명박 대통령의 '과학비즈니스벨트' 구상과 일맥 상통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총재는 현 정권의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원안을 사수하겠다며 이명박 정권에 대해 "미래를 내다볼 줄 모르는 정권이 세종시 수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맹비난 하고 있다.

특히, 충북 청주를 찾아 "필요하면 얼마든지 거짓말을 뒤집는 것이 바로 이 정부의 정책"이라며 "만일 우리 뜻대로 되지 않고 세종시 원안이 폐기되는 상황이 온다면 우리 스스로가 국회의원직을 내놓는 모습을 보이자는 결의를 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7년전 자신이 '졸속 공약'이라고 비난했던 내용을 이제는 "사수하라"며 연일 강공을 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표를 얻기 위한 정략" "즉흥적이고 무책임한 생각" "불안한 후보의 위험한 정책" "충동적, 즉흥적, 정략적 사고로 한 국가를 경영할 수 없다."는 표현 등은 과거 이 총재가 노무현 후보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겨냥해 쏟아냈던 말이다.

지난 2002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진행된 방송토론에서도 이 총재는(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노 후보의 '행정수도 이전'에 반박한 내용 "경제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일종의 공동화 현상이 생깁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일본 도쿄(東京)의 경우 14년째 (행정수도를) 옮기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데 결국 옮기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고 있다."라거나 선진국 가운데 유일한 행정부 분할 사례로 꼽히는 독일의 빈과 베를린을 예로 들면서 독일은 통독 후 행정부 분할에 따른 극심한 행정 비효율에 시달리다 최근 베를린으로의 재통합 움직임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는 등 마치 현정부가 그의 과거 주장을 그대로 베껴 사용하는 듯 당시 그의 반대명분은 현 정부의 주장과 너무 닮은 꼴이다.

정치인은 시대에 따라 달라져야 사는가?

설립을 극렬하게 반대했지만 자신의 임기 중 결국 설립함으로써 웨스트포인트를 초 강대국 미국을 지탱하는 군사력의 한 중심에 서도록 한 토마스 제퍼슨.

그리고 한 때 세종시 건설에 극렬 반대를 했지만 갑자기 논리를 바꿔 세종시 원안을 사수하겠다며 연일 대립각을 세우는 노 정치인 이회창.

네가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등식이 우리 정치판에 어제 오늘 있어 온 일은 아니지만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지 참으로 아이러니한 작금의 현실에 그저 헷갈리는 건 우리 서민들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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