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윤 /서울 향우 영광읍 남천리

 “4월이 오면 하고 싶은 것이 그렇게 많았는데… 천안함 참사가 화려했던 모든 계획을 앗아가 버렸다. 제발 북의 소행이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났으면 좋겠다. 지방선거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4월이 오면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영암의 벚꽃 축제도 가보고 여수 영취산 진달래 속에서 가족들과 예쁜 사진도 찍고 싶었다. 장애인의 날에는 작은 성의라도 보이면서 그들의 축제를 축하해주고 싶었다. 아들과 함께 4·19 혁명을 이야기 하며 오늘의 번영을 가져온 대한민국의 역사를 이야기 하고 싶었다. 제주 올레길도 까지는 못가더라도 걷기 좋은 길을 찾아 온가족이 마음껏 웃어보고 싶었다. 청산도는 조금 머니까 신안 증도로 가서 마음껏 게으름을 부려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서해에서 천안함 참사가 일어나 모든 하고 싶은 것들을 잊어버렸다. 엘리엇의 시가 아니더러도 우리들의 4월은 잔인한 달이다. 우리의 건장한 젊은이들이 서해에서 희생당한 날부터 4월은 우리에게 한없는 슬픔과 분노를 가져왔다. 제발 북의 소행만은 아니길 그렇게 바랐건만 점점 그쪽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 우리를 더욱 비참하게 하고 있다. 60년전 전쟁 이후 이번 천안함 참사만큼 큰 피해를 입은 사례가 없다. 우리가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가신 님들의 넋을 위로하고 있을 때 60억원짜리 불꽃놀이를 즐기는 북의 모습을 지켜보자니 가슴이 미어진다.

 우리는 남북간의 동질성을 애가 탈 정도로 찾고 있건만 북은 정녕 형제간의 우의를 완전히 끊을 셈인가. 북한 동포의 굶주림을 가슴 아파 하면서 작은 성의나마 보태고 있는 남쪽 형제들의 사랑을 외면할 셈인가. 그들의 소행이 아니라면 함께 천안함 침몰 원인을 밝히자고 나서야 옳다. 그들의 소행이 아니라는 사실을 규명하는 데 적극 나서야 옳다.

 이제 빼앗긴 우리들의 4월보다 더욱 잔인한 5월이 될까 걱정이 크다. 북측의 소행으로 밝혀질 경우 국민들은 무력 보복을 외치며 북의 형제들을 규탄하는 집회가 5월 내내 계속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정말 그러기 싫다. 햇볕 정책으로 거리를 좁혔다고 생각했던 우리의 실망이 너무 클 것이기 때문이다. ‘통일’이라는 소원을 하루라도 앞당겨 보겠다는 우리의 성의가 무참히 짓밟히는 순간은 제발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나는 천안함 장병들이 북의 소행이 아닌 다른 이유로 산화 했다면 북의 형제들에게 마음으로나마 깊이 사과 하겠다.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제발 그런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그리고 4월에 하고 싶었던 것들을 수첩에 적어 놓고 즐거운 마음으로 그것들을 실행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겠다. 5월 가정의 달 에는 시골에서 외롭게 여생을 보내시는 부모님께 효도도 한번 해보겠다.

 모든 일은 때를 놓치면 영영 못할 수가 있다. 그래서 더욱 천안함 침몰 원인이 북의 공격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가 나오길 기다린다. 만약 북의 소행으로 밝혀지면 우리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것이다 그렇게 되면 5월도 아무것도 못하고 분노를 표출하는 데 모든 시간을 다 쓰게될 것이다.

 그래도 정신은 똑바로 차리고 할 일은 해야한다. 총선보다 더 중요한 지방선거를 잘 치르도록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무작정 특정 정당의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행태도 이제 다시 생각해야 한다. 번거롭더라도 후보 한사람 한사람을 꼼꼼히 살펴보고 그들이 내놓는 공약도 실현 가능한지, 꼭 필요한지 잘 따져 보아야 한다. 나라의 침체된 분위기에 휩쓸려 대충 지방선거를 치른다면 우리의 4년이 암울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라는 뿌리가 튼튼해야 나라의 안보도 튼튼해진다. 자치단체부터 위기관리를 잘해야 나라 전체의 위기도 잘 관리할 수 있다. 그래야 천안함 참사와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을 것이다. 총선보다 지방선거가 더 중요한 이유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선거로 인해 빚어졌던 이웃간의 갈등을 슬기롭게 봉합해내야 한다. 대화로(話) 서로 화합의 길을 찾고(和) 발전적으로 변화해야(化) 한다. 내가 영광신문의 화화화 면을 좋아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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