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현 /칠산문학회장 영광신문 편집위원

 무엇일까? 불현듯 내 마음속에 어떤 대상으로 다가오는 그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아직도 오랜 관습과 편견의 껍질을 탈피하지 못하는 내 이성(理性)의 틀 속에서 몸부림치며, 밤잠을 설치게 하는 그 대상의 본질은 무엇이기에 이렇듯 내 가슴을 살아 숨 쉬게 하는 것일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이해할 수 없는 그 것은 비로소 가슴을 통해서만 알 수가 있다.

 “호레이쇼우의 이른바 <머리의 철학>은 생(生)의 오뇌(懊惱)를 울고 있는 햄릿의 <가슴의 철학>을 끝내 이해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던 정종(철학박사. 전 동국대 철학과 교수) 교수의 말처럼....

 처음으로 대면한 그 얼굴. 그 눈동자, 그 미소, 고요히 드리워진 우수와 희미한 세월의 그림자들... 그에게서 느끼는 첫 이미지는 지금 나에게 가슴으로만 느낄 수 있는 어떤 대상이 되어 내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생의 찬미를 노래하게 한다.

 “내 마음이 선택의 주인공이 된 이래 그것이 그대를 천사람 속에서 추려내었다.”고 햄릿은 그의 우인(友人) 호레이쇼우에게 말했다. 그러나 지금 나에게 하나의 대상이 된 그에 대한 내 마음은 햄릿의 그것처럼 선택의 주체로서가 아니라 그냥 아무런 의미나 가치도 모른 채 시선과 마음이 저절로 끌려가버린 점에서 햄릿의 마음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일체의 이성(理性)적 사유(思惟)나 개념(槪念)도 없이 그저 장다리꽃 만개(滿開)한 들녘의 나비처럼 거의 동물적인 것이기에 머리로써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영역을 비로소 가슴으로만 깨달을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천지간에 미물 중에서도 미물인 알(卵)에서 애벌레로 부화된 후에는 감당할 수 없는 혐오와 증오의 대상이 되어서 천대 받는 것은 예사려니와, 비바람에 몸을 흔들어 대며 자꾸만 내 동댕이치려고 하는 나뭇잎에 매달려서 버티는 동안에도 수많은 새(鳥)들을 비롯한 온갖 천적들의 공격에 시달리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고, 그렇듯 험난하게 시달려 온 여정(旅程)도 모자라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칠흑 같은 번데기의 감옥 속에 가둔 채 한 겨울의 눈보라를 이겨 낸 뒤 드디어 껍질을 뚫고 나와 향기로운 오월의 꽃밭에서 찬란한 해살의 가느다란 파문(波紋)을 일으키며 열락과 환희의 몸짓으로 춤을 추는 나비의 율동과 애무. 그러나 그 나비와 꽃들에게 머리는 없다. 그저 몸으로 느끼는 생존 본능의 감각만이 있을 뿐이다.

 그런 본능의 충만함과 더불어 다시 선거의 계절은 돌아오고....

 십 몇 년 전이던가? 국내 정치판이 거대한 지각변동을 일으킬 때의 일이었다. 수많은 정치인들이 저마다의 이해관계에 따라 보따리 하나씩을 싸들고 이합집산(離合集散) 하다보니 어제의 정적(政敵)이 오늘의 동지(同志)가 되고, 어제의 동지가 하루 밤 사이 정적으로 뒤바뀌는 가증스런 모습을 보며 일각에서는 국내 정치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일기도 했다. 그 때 대통령까지 지내기도 했던 당시의 거물급 정치 지도자 한 분께서 묵직하게 던진 한 말씀! “정치는 생물이다.” 많은 뉘앙스를 풍기며 철학적 깊이까지도 내재된 그 말씀이 지금까지도 술자리나 토론장에서 가끔은 한 번씩 회자되기도 하지만, 그 무게 실린 말씀에는 머리로 계산된 인간의 욕망은 충만해 있으나 가슴으로 느끼는 동물적 본능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그래서 그 말씀을 이야기 하는 사람들의 가슴에는 그 말씀에 대한 긍정(肯定)도 부정(否定)도 아닌 애매모호한 감정으로 현실정치의 실상 앞에 허탈해 하는 체념의식만 깊이 배어있는 것이다.

 선거전에 출사(出仕)한 수많은 후보들 중에서 유권자들이 머리로 계산해서 선택하는 후보가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가슴으로 다가 갈 수 있는 후보는 과연 몇이나 될까? 후보자들 누구에게나 그들 나름의 머리는 있다. 그러나 가슴으로 민중에게 다가가 그들의 아픔을 같이 나누고 그들과 똑같은 마음으로 울어줄 후보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처음으로 대면한 그 얼굴. 그 눈동자, 그 미소, 고요히 드리워진 우수와 희미한 세월의 그림자들... 그에게서 느끼는 첫 이미지는 지금 나에게 가슴으로만 느낄 수 있는 어떤 대상이 되어 내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는 것처럼, 그 대상으로 인해 새로운 생의 찬미를 노래하게 할 수 있는 그런 대상으로서의 후보자는 과연 누구일까?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