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기 /민예총 영광 지부장

 최근에는 선거가 희망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들이 위대해 보인다.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의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용기 있는 일인가. 분명 출마자들은 개인의 신상의 일만을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을 실현하고자 하는 실천방식으로 선거를 택하는 것이다. 권력은 늘 심판대에 서 있다. 그 향기로운 마성을 쫒는 것이다.

 정치 현실은 늘 위기다. 정치권력은 절대적 우위에 있지 않다. 정치를 한다는 것은 문제를 안고 있는 함정에 승선하는 것이다. 선거는 정치라는 배에 탈 수 있는 자격을 얻는 것이다, 정치를 한다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예기치 않은 풍랑과 노도의 바다에 안기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지켜보는 관찰자가 아닌 연출하고 기획하는 디렉터가 되는 것이다.

 정당들은 사람을 구한다. 사실 사람을 찾는다기 보다는 정당으로 사람이 모인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 출마자들은 정당 활동을 해오면서 정치 활동을 습득한 봉사자들이 자격을 얻는다. 그들은 대다수 권력을 취득하는 방식에 익숙하다. 유권자들을 포섭하고 그들의 마음을 얻는데 숙달되어 있다. 늘 부드럽고 겸손하고 모나지 않고 시비에 끼어들지 않는 인품으로 위장하게 된다. 요즘은 중앙 정치인들까지 그와 같은 민중에 대한 아부를 서슴없이 한다. “섬기는 정치를 하겠다” 이런 표현이 그런 예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정치하는 사람이 따로 있지 않게 될 것 같다. 정당에 몸을 바치지 않더라도 민중의 선택과 필요에 의해서 지도자가 나오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권력창출 관행이 식상해졌을 뿐만 아니라 민중은 더 다양한 인물을 선택하는 방법을 요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메스미디어의 발달, 인터넷 등의 다변화는 급속하게 선거 환경을 바꿔놓고 있다.그리고 주시해야 할 것은 대중 속에서 새로운 정치의 중요성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정치를 직접 참여하지 않아도 정치적 영향력을 끼치는 민중 집단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그것들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제 3의 세력이다. 그것들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죽은 노무현은 조직적으로 결속되지 않고도 선거의 태풍으로 산 정당들을 희롱하였다. 그것은 안개와 같이 세상을 뒤덮는 가상의 민중의 정당인 것이다. 그런 노무현의 힘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소멸되는 자연현상일 것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 상당 기간, 가까이는 총선과 대선의 향방을 가늠하는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신의 정치가 재림 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현 정치사의 굴복을 항해하였던 김대중의 힘도 서서히 정치 이데아를 형성하며 나타날 것이다. 엄격히 고찰해보면 위대한 정신과 숭고한 정서가 선거를 좌우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기류의 막강한 정신은 현 정치인들이나 정당이 멋대로 가는 것을 방어할 것이다. 그러나 거기까지여만 한다. 그들 영혼의 신성성에 집착하던지 의존하는 정치는 패망할 것이다.

 ......., 이번 선거는 그러한 심판의 조짐이었다. 신성한 정치의 기운을 받은 유권자 스스로 자신들의 권리를 찾는 선거였다. 유권자의 눈에는 승리자나 패배자나 감시 대상이다. 누구를 특별히 편애하지 않는다. 누가 표를 더 얻고 덜 얻고는 민심의 흐름 속에서 판가름 나는 것이다. 풀뿌리 민주주의인 주민 자치제가 이제야 뿌리를 내리는 것 같다. 이러한 유권자의 민도의 성숙은 앞으로 새로운 선거의 판을 가져올 것이다. 앞으로는 인재다. 새롭고 참신한 능력을 가진 자는 새로운 이상형의 정치인으로 추대될 것이다.

 그러나 지방은 아직도 정치적 낙후성을 벗지 못하고 있다. 정당의 영향력이 민심을 안고 있다. 돈과 관록이 대세이다. 답보적 정치는 정치적 구습을 벗지 못하는 보수성에 있다. 그런 사회를 깨우치게 하고 정치적 발전을 갖게 하는 것은 지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인의 출현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전근대적 사고를 무시하여서는 안 된다. 기득권 정당에 수동적인 태도도 정이 넘치고 순박한 민심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정치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무조건 주민에게 머리를 조아리지 않아야 한다. 올바른 정치는 할 말은 하고 하지 않을 말은 거듭 생각해서 걸러 하는 것이다. 그게 대화이다. 섬기기만 하는 것은 대화를 포기하는 것이다. 비판 할 것은 통렬히 하고 잘못된 것은 지적하여야 한다. 순박하고 때가 묻지 않은 지역의 민심을 아부로 가둬놓으려 하지 않아야 한다.

 주민의 속마음을 대변하고 새로운 깨달음을 가져다주는 것이 앞으로 바라는 정치인의 태도일 것이다.

 그래서 지방에서의 선거는 시민운동이다. 대세에 휘말리지 않고 진정으로 지역을 위해서 일 할 수 있는 인재를 뽑는, 아니 주민이 그런 자각을 갖게 큼 헌신과 신뢰와 능력을 평소 실천한 사람이 나와야 한다. 그런 사람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정치 풍토가 이루져야 한다. 그런 선거는 시민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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