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신진대사(新陳代謝)란 생명체의 필수 요소이다.

『동의보감』을 보면, "불통즉통 통즉불통(不通卽痛 通卽不痛)"이라는 말이 있다.

 "통하지 못하면 아픈 법이고, 통하게 되면 아프지 않다."는 말로서 사람의 몸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기 위해서는 순환이 원활하게 진행되어 신진대사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현재와 같이 연공서열만을 조직 운용의 금과옥조로 삼으면서 신진대사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때 당연히 공무원 조직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고, 그 문제는 곧바로 심각한 상태로 발전해 결국 조직 전체가 활력을 상실하면서 붕괴되는 상황까지 이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현재와 같이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최고의 직업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로지 일종의 '특혜를 받는' 공무원으로 오래 근무했다는 근속연수의 기준에 의하여 즉, 이른바 '연공서열'의 순차에 의하여 승진이 결정되고 월급이 많아지며 각종 대우가 좋아지는 그러한 비합리성은 극복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공직사회는 어떠한 문제에서든 바꾸는 것을 꺼려하고 대단히 소극적인 보수 성향을 보인다. 흔히 관공서에서 공무원들로부터 가장 흔하게 듣는 말은, '선례가 없어서', '규정이 없어서', 그리고 '예산이 없어서'라고 한다. 이 말들은 따지고 보면 모두 새로운 일은 도와줄 수 없다는 이야기들이다. 다시 말해서 과거에 해오던 일 이외에는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며, 그리하여 공무원 사회에서 '창의'와 '창조적 사고방식'이란 처음부터 철저히 봉쇄되어 있는 셈이다. 이렇게 하여 이른바 '철밥통'과 '복지부동(伏地不動)'은 공무원을 상징하는 대명사로 되었다. '철밥통'이란 중국에서 공무원 등의 안정된 직장을 한번 임용되면 평생 자리가 보장된다는 '평생 직장'이라는 의미에서 '철반완(鐵飯碗)'이라 지칭한 데서 비롯된 용어이다. '복지부동'은 최근에는 "땅에 엎드려 있으면서 눈만 움직인다."는 뜻으로 '복지안동(伏地眼動)'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우물 안 개구리'는 우물이 자기를 위하여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나아가서 우물이 자기 때문에 만들어졌고 당연히 자기를 위하여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요즘 중국 사회에선 '관유쯔(官油子)'라는 말이 유행이다. 우리말로 쉽게 말한다면 '뺀질이 공직자'를 뜻한다. 중국 신문들은 이들 '뺀질이'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경력이 화려하고, 공직사회 내부의 불문율에 익숙하다. 사람과의 관계에는 밝지만, 실질적인 일은 등한시한다. 허풍을 떨고 책상머리에서 지시하는 데 익숙하다. 학습에는 게으른 대신 사교에는 능하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상사나 기관장의 꽁무니만 따라다닌다. 장기적인 안목 없이 단기 성과와 공을 내세우는 데 급급하다. 도박과 재물 그리고 여색에 빠져 있다."

 '바꾸다'라는 뜻의 '개(改)'는 '기(己)'와 '복(攵)'이 합쳐진 글자로서 '己'는 꿇어앉은 아이를 의미하는 상형문자이고, '攵'은 채찍을 손에 쥔 형상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개(改)'란 "아이를 가르쳐 그릇된 것을 바르게 한다."는 뜻이다. 개혁(改革)의 '혁(革)' 역시 '바꾸다'의 뜻이다.

 조직이 개인보다 우선시되면 종국에는 가장 나쁜 놈이 꼭대기에 올라가게 된다고 한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한다(Bad money drives out good)"는 그레셤의 법칙은 여기에서도 정확하게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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