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진/ 사회복지학박사 영광신문 편집위원

 대한민국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나라다. 우리 역사 속에서 자랑거리를 찾으려면 정말 수도 없이 많다. 전쟁사만 봐도 그렇다.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은 수나라의 공격을 물리치며 결국 수나라의 종말을 고하게 만들었다. 통일신라 시대의 해상왕 장보고는 당시 창궐했던 해적선을 소탕하여 황해와 남해의 해상권을 장악했고,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해 당시 일본과의 무역을 독점함으로써 거대한 해상 왕국을 이루었다. 그의 활약으로 양민을 노예로 잡아가던 해적들이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청해진은 동북아 무역의 중심지가 되었다.

 조선시대에는 23전 23승의 기록으로 그야말로 실패를 모르는 '불멸의 이순신'장군이 있었다. 전국시대의 리더였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 내부의 문제를 외부로 돌리기 위해 조선을 공격한 때였다. 그러나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순신이라는 인물의 등장으로 그가 당한 패배는 너무나 치명적이었고 결국 급격히 쇠퇴하게 된 그는 역사의 뒤안길로 쓸쓸히 사라졌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금속인쇄술 역시 우리의 큰 자랑이다. 얼마 전까지도 인쇄술의 선구자는 15세기 중엽의 구텐베르크로 알려져 왔지만, 2001년 9월, 유네스코에서 고려 공민왕 시대의 '직지심체요절'이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임을 공식 인정하며 주인공이 뒤바뀌게 되었다. 2005년 5월, 미국 부통령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한 엘 고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만든 금속인쇄술은 사실 한국에서 건너온 기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것은 우리가 서양 근대화에 간접적으로 얼마나 큰 역할을 하였는지를 잘 보여주는 내용이다.

 종교개혁자인 마틴 루터는 "금속인쇄술은 복음 전파를 위해 신이 내리신 최대의 선물"이라고 극찬하기까지 했다. 새로운 인쇄술 덕분에 1517년 10월 31일, 비텐베르크 성당에 내건 95개조의 논제도 대량으로 인쇄하여 배포할 수 있었다. 또한 마틴 루터의 노력으로 독일어로 번역된 성경뿐 아니라 유럽 각국의 언어로 번역된 성경이 대중에게 보급 될 수 있었다. 이는 르네상스, 종교개혁과 맞물려 유럽을 중세시대의 우매함과 암흑에서 벗어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보면 결국 우리가 종교개혁뿐 아니라 서양 근대화에 있어서도 중대한 역할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관점에 따라 이런 주장을 억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자기 중심적 사고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그들에게 "모든 가능성 중에 가장 긍정적인 답안에 대해서는 왜 배제하는지"를 되묻고 싶다. 함영준 교수는 그의 저서 「나의 심장은 코리아로 벅차 오른다」에서 "한국인은 자신들이 이룩한 것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모르는 유일한 민족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고 했다. 우리 스스로에 대한 낮은 자부심을 지적하는 말이다.

 도이치 뱅크는 2030년쯤, 우리나라의 경제력이 독일을 추월할 것이라고 예측한 적이 있고, 골드만 삭스는 우리나라 일인당 국민소득이 2030년에 52,000불, 2050년에는 81,000불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프랑스의 자크 이탈리는 「미래의 물결」에서 대한민국은 미래를 이끄는 세계 11개의 공동강국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2030년 즈음이면 아시아 최대의 경제대국이 되어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벤치마킹할 것이며, 심지어 일본까지도 우리를 롤모델 삼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1961년, 1인당 국민소득 82달러로 세계 최하위 중 하나였던 나라가 불과 몇십 년 만에 대단한 반전을 이뤄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외부의 긍정적이며 희망적인 예측에 대해서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국내 경제학자들이 적지 않다. 한번도 그 수준에 올라 본 적이 없기에 그런 것인지 알 수 없는 패배주의에 빠져있는 듯하다. '무엇에나 처음은 있다. There is a first for everything.'는 영어 격언을 마음에 새겨 보자. 이제 우리의 역사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며 자긍심을 되찾고 희망찬 미래를 준비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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