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성 /농업연구관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보리는 겨울을 겪고 여름철에 수확하는 흔치 않는 식량작물중의 하나로 추운 겨울을 겪어야만 이삭이 패는 특성을 갖고 있다. 흔히들 보리라 하면 어떤 이는 “보릿고개”의 가난했던 시절을 떠 올릴 것이다. 지난 60-70년대는 보리밥도 배불리 먹지 못하던 역경의 시절이었다. 지난 가을에 추수한 쌀은 이듬해 봄(4월경)에 떨어지고 아직 보리는 익지 않아 먹을 수 없어 보리가 익기를 기다리는 시기를 말한다. 그 당시는 지금과 같이 기름지고 맛있는 음식을 가려먹는 것이 아니고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림, 배고픔의 시기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식량으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보리가 소비량의 감소 및 재고량 증가를 이유로 2012년부터 정부 보리 수매가 중단될 예정이다.

 또한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비료 값과 사료 값, 그리고 기름 값 등이 폭등하고 더욱이 한․미 FTA 및 한․EU FTA 자유 무역협정 타결이 임박하게 됨에 따라 농산물 수입개방 등 대내외적으로 지금 우리의 농촌과 농업은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그러나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당면한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지역에 맞는 특화품목을 개발해 경쟁력을 키워 나간다면 희망과 활력이 넘치는 농촌으로 거듭 날 수 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는 보리가 웰빙식품으로 부상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 고조와 성인병 예방 및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에서는 2005년 12에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음을 공표하였는데 그 영양 가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보리에는 비타민과 무기성분이 풍부하므로 쌀에 편중된 식생활에서 부족하기 쉬운 영양분을 보충해 준다.

 둘째 보리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식이섬유소는 장의 운동과 소화를 도와 변비를 막아주며 대장암의 발생을 억제한다.

 셋째 보리는 스테미너를 증진시키고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향상 시킨다. 일본 국립 영양연구소의 실험 결과 보리쌀을 먹인 쥐가 회전하는 벨트위에서 달리게 하였을 때 다른 곡물을 먹은 쥐에 비해 더 오래 달리고 멀리 달렸다고 하였다.

 넷째 보리에는 수용성 식이섬유의 일종인 베타글루칸(β-glucan)의 함량이 많아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심장질환을 예방하며 지방의 축적을 억제하여 비만을 방지할 수 있다.

 다섯째 보리는 혈당과 요당의 증가를 막아 당뇨병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으며 염분의 섭취를 줄여 혈압상승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여섯째 보릿잎에는 각종 영양분과 효소가 풍부하여 건강보조식품과 의약품개발에 이용되고 있다. 이렇듯 영양이 풍부한 보리가 웰빙 건강식품으로 인식되면서 소비가 늘어나고 쌀에서 부족하기 쉬운 미량원소를 보리에서 보충함으로 인스턴트식품에 밀린 우리 식단을 밥 먹는 문화로 되찾을 수 있게 되었음은 퍽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농가에서의 보리 재배를 지속적 유지 또는 확대하기 위해 몇 가지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정부의 수매 중단 시 원료맥 수급의 불균형이 초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보릿차, 엿기름 및 취반용 등 용도별로 산업체를 연계한 주산단지를 조성하여 최고 품질의 원맥 생산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소비자는 고품질의 가공품을 제공받고 생산자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보리는 로하스작물로 인기가 높은 만큼 찰보리빵 산업의 성공사례에서 보듯이 보릿가루를 이용한 식빵, 국수, 및 보리죽 등 다양한 가공제품 개발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최근에는 자색, 청색 및 흑색 등과 같은 다양한 칼라의 기능성 유색보리가 개발되어 그 이용의 폭이 훨씬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이를 바탕으로 생산자와 가공 산업체 그리고 소비자가 서로 노력하면 지속적인 재배확대는 물론 농촌 자연 경관을 살린 관광 자원 개발로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매개체 육성을 통하여 지역 브랜드의 종합적인 관광산업으로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보리의 고품질 다수확 품종개발과 함께 가공 산업화를 통한 지역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하는 자연친화형 농업으로 발전시켜 나가자는 의미인 것이다. 어찌보면 영광군이 보리산업 특구로 지정되었으며 우리나라 보리 산업의 메카로서 우뚝 설 준비를 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는 않을 것이다.

 이렇듯 큰 뜻의 농심 사상과 함께 보리를 사랑하고 이를 이 땅에서 굳건히 지켜나간다면 국민 건강증진은 물론 황량한 겨울의 들판을 푸르름으로 가득 채워 정서적으로도 성숙된 선진화의 문턱에 성큼 다가 설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