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자이/ 영광신문 사외논설위원

 “해방된 새아침 군민 13만...” 이는 1945년에 개교한 「영광민립중학교」의 교가(校歌) 첫 구절이다. 그런데 2010년 현재 영광군의 인구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6만을 한참 밑돌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의 인구 변화 통계를 살펴보면 그나마도 해가 갈수록 점점 줄어들 것이라는 추이(推移)가 읽혀진다. 반면에 현재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원에 거주하는 출향인 수(출향 2세까지 포함)는 12~13만에 이를 것으로 추산(推算)된다.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농·어촌 인구의 도시권 이동이 우리 영광에서도 예외 없이 급격하게 일어났던 것이다.

 매년 7,8월은 직장인들의 휴가 시즌인데, 요즘 수도권 직장 생활자들의 휴가 이용 형태를 살펴보면 매우 유의할만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종전과는 다르게 가족을 대동하고 고향을 찾아 한적하게 휴가를 보내려는 경향이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유명 관광지나 레저단지로 휴가를 가는 것 보다 경비와 교통정체로 인한 피로감(疲勞感)을 줄일 수도 있지만, 고향에 가면 부모님을 뵐 수 있고 친지, 친구들도 만날 수 있어서 가족애(家族愛)를 확인하고 아름다웠던 추억도 더듬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995년 이후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부터 각 지자체들이 향토의 문화, 관광, 레저 인프라를 경쟁적으로 구축해 놓았기 때문에 그 점도 유인요인(誘因要因)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지난 7월 29일의 「염산 갯벌 마라톤 축제」에서도 많은 출향인들의 귀향 참여가 눈에 띄었고, 휴가철인 요즈음 해안도로나 해수온천탕에 가보아도 ‘같은 서울에 살지만 고향에 와서 비로소 만나게 되었다.’며 반갑게 손을 맞잡는 귀향 인사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관광객 유치라는 관점에서 보아도 출향인들은 단골 고객이다. 자발적, 반복적으로 고향을 찾아 줄 수 있는 향우들은 대단히 좋은 관광객 자원이다. 혹, ‘순수한 고향 방문자들을 관광객으로 삼고 돈을 쓰고 가기를 은근히 기대하는 것은 너무나 상업적이지 않느냐?’며 염려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 것은 유연하지 못한 판단이다. 어차피 타 지역에 가서도 썼을 휴가 비용을 고향에서 쓴다고 생각하면 굳이 미안하다기 보다는 고향에 보탬을 주어서 고맙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향우들은 오히려 경비를 절약하면서 향토문화에 대한 이해와 애착을 갖게 되었다며 더 좋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보다도 더 큰 효과는 향우들이 향토 관광, 향토 문화 등에 대해 구체적인 학습을 하고, 누가 권하지 않았어도 언젠가는 스스로 다른 사람까지 데리고 다시 찾아올 수 있는 관광홍보 대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 시점에서 향우들의 고향 방문 유치를 추진하면 동력도 쉽게 붙고 성과를 크게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지역에서는 홍보 대책과 지원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할 필요가 있다. 어느 정도 예산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스포츠 마케팅과 같은 개념을 도입하면 해법이 나올 수도 있다.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금년 추석부터라도 교통안내 서비스 제공, 교통편의 제공, 교통비 지원 등을 시행하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금년 추석은 연휴가 1주일 이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효과가 극대화 될 수 있다. 설령 어느 정도 예산이 소모된다고 하더라도 향우들은 그 이상의 돈을 고향에서 쓰고 가기 때문에 큰 의미에서 결코 마이너스 경영이라고 할 수 없다. 휴가철이나 명절에 교통편을 제공해 주고 체육대회, 등산대회 같은 행사를 고향으로 유치하여 보조하거나 지원해서 향우들을 보다 많이 고향으로 초치하는 것은 아주 아름답고 멋진 관광 사업이 될 수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상당한 보탬이 될 수 있다. 향우, 그들은 누구인가? 언제든지 고향을 찾아오려고 대기하고 있는 잠재적인 영광 군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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