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원/ 여민동락 대표 영광신문 편집위원

인사청문회가 한창이다. 실로 가관이다.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處暑가 지나 가마솥 더위 좀 식으려나 했더니, 뉴스 볼 때마다 마음은 온통 찜통이다. 총리·장관 후보자들마다 하나같이 거짓말 선수고 불법 전문가다.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논문표절은 기본이고, 도청직원을 가사도우미로까지 부린 사람이 있으니 말해 뭘하겠는가.

 참 딱하고 한심한 사람들이다. 제법 잘 배우고 권력부리는 자리에 앉아 딱히 먹고살 걱정 없이 사는 사람들이 뭐 그리 쓰레기 같은 짓만 골라서 했을까.

 “죄송하다.” “반성한다.” “불찰이다.”하는 게 후보자들 답변의 전부다. 해명도 말이 되는 것이 거의 없다. 물론 책임지고 스스로 물러나는 이도 단 한명 없다. 염치도 수치도 모르는 철면피들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제 이명박 정부에선 위장전입이나 논문표절 하나로 장관이 낙마하던 시절은 옛날 얘기가 됐다.

 사실 처음부터 알아봤다. 이번 개각은 소통ㆍ친서민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정권 후반기 레임덕을 막으려는 ‘친위 돌격 내각’이다. 민심과는 ‘불통’하고, 4대강 삽질, 대북 강경, 반노동, 반민주의 외길을 걷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선전포고였던 셈이다.

 ‘실세 차관’으로 불리는 신재민ㆍ이주호를 문화부ㆍ교육부 장관에 앉혀, 방송 장악과 경쟁 교육 강화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려 한다. 계속되는 천안함사건 의혹과 4대강 반대 여론도 정권의 정당성을 훼손했다. 천안함 북풍몰이에 앞장선 국방부ㆍ외교부ㆍ통일부 장관과 ‘4대강 속도전’을 벌이는 국토부ㆍ환경부 장관은 교체하지도 않았다. ‘왕의 남자’ 이재오는 특임장관에 내정됐다. 이재오는 4대강 사업 강행 같은 ‘특수 임무’를 하달 받았을 것이다. 노동부 장관에는 ‘무한신뢰’를 보낸다는 최측근 박재완을 앉혀 노동자 탄압 행동대장 역할을 맡겼고, 진수희를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해 영리병원 도입을 강행하려 한다. 경찰청장에는 말썽 많은 조현오가 내정됐다. 조현오는 지난해 경기지방경찰청장으로 있으면서 쌍용차 노동자 살인 진압을 진두지휘했고, 실적주의 강요로 경찰의 고문ㆍ가혹 행위를 낳은 장본인이다. 터져 나올 수 있는 저항을 물리력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요컨대 불법 전문가들을 친위부대로 개각한 것도 문제지만, 그 면면의 철학과 정책방향을 봐도 악착같이 낙마시켜야 하는 이유로 충분하다.

 급기야 대통령 역시 사실상 모든 고위공직자들의 도덕성 문제가 심각한 수준임이 사실로 드러나자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엄격한 인사검증 시스템”을 요구했다고 한다. 문제는 그 적용을 다음부터 한단다. 국민상대로 코미디하는 거냐. 늘 그랬듯 책임회피 한다. 인사시스템 문제가 어디 어제 오늘 일인가. 강부자, 고소영 내각에 ‘자연을 좋아하고 땅을 사랑해 투기를 했던’ 장관후보자 모두 이명박 대통령의 내각이었다. 이번에도 대통령은 광우병 쇠고기 촛불집회를 ‘PD수첩’의 책임으로 돌렸던 것처럼, 747공약이 사실상 실패하자 ‘세계적 경제위기’ 뒤에 숨었던 것처럼 사태를 외면하고 남 탓만 한다.

 그렇다면 청문회는 뭣하러 하는가.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다. 더 이상 전파낭비 하지 말고 분리수거 분명히 하자. 쓰레기 짓을 한 사람들, 그런 내각으로 어찌 대통령직을 수행하려는가. 쓰레기 다 걷고 새 판을 깔아라. 그것이 찜통더위로 고생하는 국민들, 무더위 식혀주는 비법이다.

 하여튼 이명박 시대를 사는 국민들!! 피곤하고 바쁘다. 법과 질서의 이름으로 자유가 억압될 때 싸워야하고, 녹생성장의 이름으로 대지가 살해될 때 나서야 하고, 거짓희망의 이름으로 탐욕을 부추길 때 반대해야 하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불법 전문가를 임명할 때 거부까지 해야 하니 말이다. 문득 몇 달 전 읽은 <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에서 헨리 조지(Henry George)가 한 말이 섬뜩하게 다가온다.

 “부패한 민주정치에서는 언제나 최악의 인물에게 권력이 돌아간다. 최선의 인물은 바닥에 가라앉고 최악의 인물이 정상에 떠오른다. 부패한 민주정부는 결국 국민을 부패시키며 국민이 부패한 나라는 개선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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