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현 /칠산문학회장 영광신문 편집위원

  수 백척의 조기잡이 배와 상고선이 어우러져 연출해내는 장엄한 광경 속에서 노동을 하는 현장에는 단순히 고기잡이만 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의 고달픔을 달래기 위한 노동요가 빠질 수 없다. 거친 파도와 싸우면서 시름을 달래고 피곤함을 잊기 위해 어부들은 자신들의 삶의 현장을 반영하는 내용을 담은 노래를 지어 부른 것이다. 칠산바다 어부들이 지어 불렀을 것으로 짐작되는 다음 노래는 필자가 어렸을 때 외조부님이 가르쳐준 노래인데 아직까지 국내 어느 노동요에 관한 기록에도 없고 문헌에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리 치고 저리 치고 칠산(칠산 바다)에 그물 치고
조구(조기) 잡아 내(出)치고 목구멍으로 들(入)이치고
똥구멍으로 내치고 개 불러 핥이고
지집(계집)년 사내 치고 아(아이)새끼 어른 치고
새비(새우)가 용제(용두질)친다.

  이렇듯 그들이 지어 부른 노동요는 그 내용에 있어 단순한 노동요로써만이 아니라 한 시대적 상황을 풍자하는 내용까지 담아냄으로써 사회적 모순을 비판(지집년 사내 치고 아새끼 어른 치고 새비가 용제친다)해내는 의미까지도 함축하고 있으니 삶의 현장에서 저절로 터져 나오는 민중 예술의 극치라 할 수 있다. 노래가 어디 그 뿐이랴! 온 바다에 깔려있는 조기로 인해 어부들은 각 배마다 만선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고 그런 풍어로 인해 영광 법성포나 위도에는 조기 파시가 형성되었으며 파시의 형성에 따라 홍등가는 밤새 불이 꺼질 줄 모르니 당연히 밤샘 주객들의 노래가 없을 수 없고, 또한 포구마다에서는 만남과 이별의 정한이 없을 수 없었다.

이제라도 날 죽으면 어느 친구 찾아올까
저 산 너머 소첩을 두고 밤길 걷기 난감일세
오랄 적에 못 오든가 곱던 얼굴이 다 늙어가네
일엽선아 돛 달아라 만경창파로 선유 가세
선유 갈 맘은 태산 같으나 사공이 없어서 못가것네
칠산바다에 고기 잡는 임아
조금이 빨리 와서 날 보고 가소
오늘 해도 다 갔고나 골짝 골목이 연기나네
-법성포 아낙네들이 조기를 엮으면서 부르던 노래-

  어부들이 잡아온 조기를 가공하기 위해 엮거리를 하면서 부르는 아낙네들의 노래가 있었는가 하면 조업을 마치고 조금 때가 되어서 육지에 내려 온 어부들이 법성포 옆 마을인 목맥일명 목냉기) 마을에 늘어 선 홍등가를 오가며 여자에 취하고 술에 취해서 부르던 노래가 있었으니 이는 진도 아리랑 가락에 맞춰 부르던 사설로 뭇 사내들이 목맥 마을의 술집을 그냥 지나쳐 넘어가지 못하고 술파는 여자들의 유혹에 빠져 가진 돈과 청춘을 다 바친다는 탄식과 원망이 묻어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그런 연유로 인해 목맥 마을 이름이 홍등가인 그 목을 무사히 넘어갈 수 없다는 의미의 목냉기로 불리기도 한다.

목냉기 갈보야 몸단장을 말어라
아까운 내 청춘이 다 늙어간다
목냉기 갈보야 몸치장 말어라
돈 없는 내 청춘이 다 늙어간다

  이 때 쯤엔 영광 법성포의 조기 풍어와 파시의 형성으로 인해 전국의 상인들이 몰려들고 거래가 활성화 되니 따라서 자연스럽게 경제적 풍요가 넘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진도 지방의 영등제 중 풍어굿 사설에도 “돈 실러 가세 돈 실러 가세 영광 법성포로 돈 실러 가세”라는 구절이 나올 뿐만 아니라 남도지방 어부들 노래중에 "떡더기 장단"으로 부르는 "떡더기 타령"이 있는데 멜로디의 흐름은 자유로와 정형이 없고 구음(口音)은 "떡더기 떡덕"으로 일정하며 그 사이사이에 "떡더기 떡덕 떠기떠기 떡덕"이란 후렴구가 들어가서 흥을 돋군다.

가세 어서 가세 바다로 가세
떡떠기 떡떡 떡떠기 떡떡
칠산바다에 돈실러 가세
떡떠기 떡떡 떠기떠기 떡떡
이제나 가면은 언제나 오나
떡떠기 떡떡 떡떠기 떡떡
갈날은 알아도 올날은 몰라
떡떠기 떡떡 떡떠기 떡떡

  여기서 “떡떠기 떡떡”은 다름아닌 나무토막 두들기는 소리이다. 특별한 오락기구도 없는 배라는 좁은 공간 속에서 그물을 던져놓고 기다리는 동안 그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어부들은 배 안에 있는 작은 막대기로 뱃전을 두드리며 노래 불렀고 “떡떠기 장단”을 개발해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것이 나중에는 나무토막조차 없어도 그 소리를 입으로 냄으로써 자연스런 장단이나 후렴구로 정착되었을 것이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이 “떡떠기 장단”이 우리 나라 대중가요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트롯트의 “뽕짝” 장단과 절묘하게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떡떠기 떡떡 떠기떠기 떡떡, 쿵짜잣 쿵짝 짜자짜자 쿵짝” 그래서 인생은 “네박자 쿵짝”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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