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대추귀말자연학교 교장

사) 한농연 영광군 연합회 직전회장

  몇 일전, 그동안 이런 과정으로 아이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면 안될텐데라는 걱정거리가 결국 실망스러운 결말을 내고 아이들과 전 군민들 앞에 공개되었다. 올해 초 지역의 학생들에게 영어의 중요성을 알리고 영어공부에 대한 동기를 부여한다는 명목아래 영광지역 안에서 영어경시대회를 열고 잘하는 학생을 선발해서 필리핀에 무료 어학연수를 시키겠다는 계획이 입안되었다. 그 후 과정 절차에 따라 이번에 30여명의 아이들이 선발된 것이다. 본인은 이 계획이 취지는 좋으나 그 선발과정에서 도리어 지역의 소외된 아이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그 선발과정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여러 경로를 통해 전달해왔었다.

  영어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을 뽑는데 무슨 배려와 소외란 단어가 그 안에 있어 불필요한 논쟁거리를 만드느냐고 반론을 제기할 분도 계시겠지만 우리의 눈을 조금만 들어 작금의 시대상황과 우리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는 눈을 가진다면 본인의 주장이 왜 필요한 것이지 공감하리라 믿는다. 요즘의 교육은 세습된 부에 의해 불평등하고 왜곡된 또 다른 차별을 낳고 있다. 옛날같이 다들 못살 때는 교육을 통한 입신양명이 또 다른 신분상승의 기회로 작용되었을 때가 분명 있었다.

  그러나 자본의 힘이 모든 이상이나 이념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이 시대에선 교육도 잘나가고 돈있고 힘있는 부모를 둔 아이들에게는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요 향유물이지만, 못나고 가진 것 없는 농어민의 자식들에겐 사치의 부산물로 전락하고 말았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이를 증명하는 이번 영어장학생들을 뽑은 결과를 살펴보자. 교육적 기회를 많이 받은 아이들이 거의 태반 장학생으로 선택되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을 것이고, 그 혜택을 받은 학교 역시 몇 학교에 국한되어 있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과연 이렇게 교육적 혜택을 받아온 아이들하고 학원도 변변히 못가서 방과후 지역아동센타를 오가는 아이들하고 어떻게 공정한 선발의 기준으로 선택을 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단 말인가? 망국적 교육일탈을 보면서 이런 폐해를 우리 지역의 아이들에게는 주지말자는 다짐을 해도 모자랄 판에 도리어 아이들에게 “우리 아버지가 못나서 난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보다”라는 마음의 상처만 키우게 했던 이번 선발과정은 심히 유감스러운 지역교육 지도자들의 역사 앞에 부끄러운 소치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시대적 아픔을 아는 교육 지도자라면 과연 어떻게 아이들을 선발하는 것이 옳겠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했지 않겠는가? 지역내 학부모들 역시 “내 아이만...”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이 시대와 역사 앞에 우리 아이들을 어떤 자로 키울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조금이라도 했더라면 이 조그만 당근에 눈이 어두워 광풍(?)이 휘몰아치는 생각없는 바다에 우리 아이들을 내몰진 않았으리란 생각에 가슴 아플 뿐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대안을 제시한다. 장학생을 뽑아 해외연수를 시키는 것만이 영어교육에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맞는 방법인지에 대한 재고(再考)가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면단위아이들에게도 질 높은 영어교육 혜택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먼저 고민해 보고 그 혜택을 늘려나가는 것이 우선되어야할 정책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언어교육이란 결코 단시간에 그 성과를 내긴 힘들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정말 필요하고 시의 적절한 정책을 입안했다면 어떤 어려움과 난관 앞에서도 꾸준히 정책을 추진해나가는 뚝심있는 정책적 배려도 필요할 것이다. 두 번째로는 이번과 같이 아이들을 뽑아 영어공부에 또 다른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여 영어 연수 정책을 펴야만 한다면, 최선은 안 되지만 차선이라도 영광이 보듬고 나가야 할 미래들에게 위화감이나 소외의 상처를 받지 않는 방법을 모색해 달라는 것이다. 그랬을 때 아이들에게 또 다른 가능성을 바라보는 꿈을 꿀 수 있지 않겠는가?

  마지막으로 당부할 것이 있다. 영광고의 특별한 아이를 놓고 전체 - 국민 전체 소득의 평균치 이하 소득자- 를 일반화시키려는 우(愚:어리석음)는 범하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는 특별한 아이도 중요하지만 우리 곁에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야할 평범한 아이들도 중요함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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