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간부 공무원들을 교육하는 중앙공무원교육원(원장 윤은기)에 2010년 11월 초 ‘공정사회 정책과정’이 새로 개설됐다. 이틀간의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공직자들에게 참으로 알차고 교훈적인 프로그램이었다. 부패예방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 정책홍보 부서장으로서 ‘공정한 사회가 왜 지금 화두이고, 이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나름대로 파악할 수 있는 기회였다. 분야별 최고 전문가들이 강조한 핵심포인트를 독자들과 공유코자 나름대로 압축 정리했다. 수강자의 주관적 견해와 판단이 다소 가미됐음을 밝힌다.

 우리나라는 제헌 이래 성과위주의 초고속 압축성장으로 서방경제 강국들을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초단기에 따라잡았다. 지난해 말 유엔개발계획(UNDP)이 한국에서 깃발을 내리고 철수했다. 이는 한반도가 서방원조 수혜국에서 벗어나 공여국으로 바뀐 것을 의미한다. 또 유엔가입 19년만에 G20서울정상회의 개최국으로, 강대국 정상들을 모아 놓고 회의를 주재하는 좌장이 되었다. 이처럼 우리는 60년 전 전쟁의 폐허더미에서 개발주도 산업화와 더불어 민주화에도 성공, 선진국 반열에 당당히 올라선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물적․양적 성장 가도를 달리며 ‘서방 따라잡기’에 올인한 나머지 소홀히 한 것과 잃어버린 것은 없는 지 주변을 돌아볼 자기성찰의 시대가 도래했다.

 우리는 나만 잘되려고 내달리지 않았나. 내밥 그릇만 챙기려고 반칙, 새치기, 부정부패를 적당히 저지르고 끼리끼리 눈감아 준 우리 아닌가. 세간에는 ‘헝그리(hungry)정신’ 뒤에 ‘앵그리(angry)정신’이 팽배하다는 냉소적 뒷말도 나돈다. 허리띠를 졸라매 배고픈 건 참았지만 반칙과 새치기 비리 특권 특혜 등으로 배부른 건 참지 못하는 불신과 불만이 우리 사회에 내재돼 있는 것이다.

 신라 진평왕 때 당나라에 가서 명장이 되어 추존(追尊)의 호칭을 받은 설계두 장군은 골품제도로 인한 기회박탈로 실력이 출중해도 겨룰 기회조차 없었다. 재일교포가 된 유도선수 추성훈은 한국에서 아무리 잘해도 한판승이 아니면 이길 수 없었다. 판정에는 파벌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으로 건너가 일장기를 달고 한국대표와 결승전을 치렀는데 판정이 공정해 승리했다고 한다. 두 사람이 선택한 사회는 바로 공정한 사회였다.

 공정한 사회는 기회균등의 사회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회다. 개천에 물이 없으면 물을 대 용이 되도록 키우는 사회다. 난해할 지 모르지만 ‘절차적 공정성(procedural justice)’을 보자. 실력있는 사람을 가려낼 수 있는 절차가 공정한 절차다. 그 절차로 실제로 실력있는 사람을 가려내야 공정성이 실질적으로 확보된다. 절차적 공정성이란 절차가 공정한가를 가름하는 준칙이고 실질적 공정성은 결과가 공정한가를 가름하는 준칙이다. 한국교원대 김주승 교수(사회교육)는 이 실질적 공정성은 평등한 자유, 기회균등, 사회 안전망으로 확보된다고 말한다.

 공정한 사회가 무엇이고 공정한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는 주장하는 바가 각기 다르다. 간단하다. 거창한 구호나 주장은 뒤로 하고 공직자든 사업가든 진정으로 자신이 수행하는 업무에 대해 항상 불공정한 게 뭔지를 염두에 두고 불공정한 일을 하지 않으면 된다. 특히 공직자는 인사관계와 계약관계에서 정해진 룰에 따라 절차가 공정하고 결과가 공정하도록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김덕만/국민권익위원회 홍보담당관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