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대추귀말자연학교 교장 전 한농연 영광군연합회장

 목적이 분명하지 않으면 백화점 사업이 되기 쉽다.

정부와 지자체의 돈 수십억을 쏟아 붓고있는 불갑테마공원사업이 막바지를 향해 내달리고 있다. 그런데 그 마지막 모습이 기대가 되고 뭔가 희망이 보여야 할 터인데 도리어 답답함과 절망적인 그림만 보인다면 어떻게 된 것일까? 왜 지역의 희망 중 하나라고 생각해왔던 이 사업이 이렇게 안타까운 결과를 내야만 하는지 한참을 고민 끝에 아직도 우리에겐 철학과 비전의 부족함이 많음을 자책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철학이 부족하다보니 ‘가치’에 주안점을 두는 대신 ‘내 눈에 보기 좋은 것’ 이나 ‘남의 눈에 잘 띄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될 수밖에 없고 이것만 전부라고 여기게 되는 것이다. 이런 발상의 마지막은 백화점식으로 나열된 전시행정으로 끝을 맺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저런 고민 끝에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이런 고민의 한 자락을 펼쳐보이고자 한다. 부디 이 사업에 관계되시는 분들은 이런 지적을 질책으로만 받지 말고 보다 더 발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출발의 계기로 이해하고 수용해 주시길 기대한다.

테마공원 사업의 주제가 무엇인가?

첫 번째로 지적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목표와 목적 부분이다. 도대체 이 공원을 만든 목표와 목적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도시민들에게 농촌다움을 알게해 주는 것이 목표인지 아니면 농촌에 사는 사람들에게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하는 것이 목표인지 그 출발점이 불분명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도시민들에게 주안점을 두었다면 공원은 체험형태의 공간을 확보하고 농촌의 다양한 가치를 체험할 수 있는 코스를 중점적으로 배치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 도시민들에게 농촌의 농촌다움을 알게 하는 공원으로 테마가 설정되어야 할 것인데 지금의 공원의 모습을 보면 이런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그것이 아니고 이곳을 찾은 내방객들에게 쉼과 여가를 즐기게 할 목적으로 테마를 설정했다면, 인위적이고 인공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시설물(대표적으로 한국에서 크다는 물레방아)만 한 눈에 가득한 저런 공원에 누가 얼마나 찾아와서 쉼을 얻고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무리 생각하고 고민해 봐도 지금까지 투입된 예산이 목표와 목적이 불분명한 곳에 투입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는데 관계자 분들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기만 하다.

테마공원사업과 주변의 개발정책은 아무 관계가 없나?

얼마 전부터 테마공원의 주차장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150여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대형축사를 짓겠다는 목적으로 토목공사가 한창이다. 처음엔 그 내용도 모르고 테마공원사업 예산에 도농교류센터 건립과 운영부분에 대한 항목이 잡혀 있다고 해서 그 센터를 짓기 위한 부지조성공사인줄 알았는데 이건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라 할 수 있었다. 그 후, 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소유주와 이야기했다는 것을 들었는데 이 소유주는 주변지역에서 사시는 자제분으로 고향에 돌아와 가축을 키우면서 살겠다는 꿈을 가지고 축사를 짓고 있다며, 행정절차에 따라 허가가 난 사항이니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것이다. 행정입장에서는 절차에 하자가 없는데 어떻게 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항변할 수도 있겠으나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청결하게 축사를 운영한다 해도 여름철의 냄새와 파리떼는 불을 보듯 뻔 한 일인데 외지에서 손님을 초청해놓고 이런 환경을 조성한다고 한다면 그것이 온당한 일일까? 그리고 축사에서 흐르고 배어나온 축분폐수 때문에 불갑저수지의 녹조화 현상이 그 끝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데, 이런 대형축사를 짓는 것에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지금이라도 안 늦었다. 더 이상 늦기 전에 서로 조금씩 양보해서 지역전체가 사는 일에 힘을 모을 수 있는 통 큰 양보와 결단이 있어야 할 것이다.

변명 보다는 역사 앞에 당당히 서는 작은 실천이 필요한 때이다!

창조주는 인간을 통해 역사를 진행해왔다. 그만큼 인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인간이 어떤 생각과 철학을 가지고 역사 앞에 서느냐에 따라 창조목적에 맞는 조화와 중용 그리고 상생의 결과물을 낼 수도 있고, 인간의 아집과 이기심 그리고 편견의 산물을 후세에 남길 수도 있다.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잘못이 보이고 잘못 생각했음이 분명하다면 스스로를 열고 수용하는 것이 크고 아름다운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정책을 입안하고 계획하고 이를 점검해서 수행하는 관계자들은 자기의 업무분야에 대해 바른 가치관과 그 가치에 따른 삶의 양태들에 대해서 공부해야 할 것임을 부탁하고 부탁드린다. 특히 행정 특성상 전문분야의 지식을 쌓기 힘든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 모르는 분야에 대해 귀를 열고 듣고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듣고 배울 때 누구에게 보고 들을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도 지혜이리라.

불갑산과 불갑저수지 주변지역은 영광의 대표적인 자랑거리 중 하나임이 틀림없다. 이 명제에 대해 동의한다면 그 위상에 맞게 조화와 상생 그리고 후세에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계획이 있어야 사람은 바뀌어도 정신과 가치는 바뀌지 않고 계대되어 흐를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를 때이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고치면 되는 것이다. 잘못을 잘못이라고 인정하는 것도 진정한 용기이리라. 그런 면에서 우리에겐 변명과 책임전가보다는 작은 실천이 더 아름다운 일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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