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어도 눈 감지 못하시는 원혼이여

정형택/ 영광문화원 부원장

10년이면 상전벽해라던가
하물며 수십년이 지났으니
그러나―.
변하지 않은게 있다면
아니, 변할 수 없는게 있다면
그저, 가슴에 묻고 살아온 한이 아니겠냐
어떻게 변할 수 있어
어떻게 변하도록 놔둘 수 있어
죽었어도 눈 감지 못하고 떠도는 원혼이여
살았어도 그냥 눈뜨고 볼 수 없었던 민족의 비극이여

반 백년 넘었어도 비뚤비뚤 구천을 떠도는
내 아버지여! 내 어머니여!

밤이면 밤마다 그 많은 세월
눈 감지 못했으니
눈 감을 수 없었으니
아직도 살았다고 살아 있다고
원혼으로 떠도는 님들께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리요.

60년이면 꼭 한 세대가 아니던가
살기좋은 세상에서 살기 좋은 가슴 열어
태평가 부르면서 살아야할 날들인데
지금도 한맺힌 원혼가를 되내이며
님들께서 떠나가신 60년
반백년 설움 안고 반백으로 섰습니다.
님들이여
엊그제도 잠시 잊었던 민족상잔의 비극이
연평도를 겨냥했지만
더 할 수 없는 아픔은 건드리지 못했습니다.
아픔 그대로 묻어두고 살지만
다시 살아날까 겁이나서 잠 못 이룬 밤였습니다.

 

살아남은자는 밥상이나 받고 앉아
그저 보낸 세월 같지만
자나깨나 님들의 시퍼렇던 눈동자
죄없이 떠나가신 그 무고의 서러움 딛고
불러보는 내 아버지여, 어머니여.

산하는 말이 없고
말이 없는 산하는
그래 그래 60년이 지났습니다.

이제라도 서러움 잊으려고
이제라도 그 억울함 잊으시라고
슬픈 세월만 먹고 살아온 자들의
원앙생, 원앙생을 모아
떠도는 구천에 향불을 피웠습니다.

조국산야 떠돌다 비틀대시던 몸
고향길 찾으려고 보내버린 60년
어린 내 자식들 못 잊어
여기저기 기웃대시던 날
이제 편히 눕히셔
못난 저희들 음향 받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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