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영광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영광신문 편집위원

다사다난했던 한 해
  해마다 이맘때면 습관적으로 반복할 수밖에 없는 말이 있다.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문구이다.

  다사다난이란 말 그대로 일도 많고 탈도 많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잘 먹고 잘 살았던 부유층에게는 좋은 일들이 많았던 다사(多事)라는 말이 어울린 해였을 것이겠지만, 정책적 소외와 함께 온갖 사건사고에 민감하게 휘둘려야 했던 서민들에겐 다난(多難)의 해라고 분류하여 표현하는 것이 더 맞는 말이라고 해야 할까?

  한 해를 보내는 허전함과 아쉬움 속에 지난 한해를 되돌아보면서 그 누구라도 다사다난하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2010년도 지구촌도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기로는 여느 해와 마찬가지였다.

자연의 경고를 시작으로
  정초인 1월 12일, 진도 7.0의 강진이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강타하여 수십만 명의 사상자를 냈던 중미 아이티의 대지진을 시작으로 지구촌은 자연재해로 인해 몸살을 앓았다.

  지진에 이어 홍수와 폭염 등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원유유출 사고 등 인재도 잇따랐다.

  파키스탄에서는 최악의 홍수로 국토의 5분의 1가량이 침수되면서 이재민 2천만 명과 1천6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4월에 있었던 아이슬란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 폭발은 유럽 전역에 항공대란을 일으켰다,

  미국에서는 멕시코만의 원유 시추시설이 폭발, 원유가 유출되면서 해양․ 습지 등 생태계가 파괴되는 최악의 재앙을 겪기도 했다.

  성탄연휴를 앞두고 내린 유럽의 폭설은 벨기에의 기상관측사상 최고라는 20Cm의 강설기록을 보이는 등 우리 인류가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느라 짓밟고 학대했던 자연으로부터 심각한 경고를 받았던 해였다.

우리에게도 많은 사건들이
  우리나라에도 자연의 재앙은 비켜가지 않았다.

  광화문에 스키를 타는 사람의 동영상이 화재를 모았을 만큼 폭설이 내렸다.

  이상기후현상으로 4월이 넘도록 추위에 떨어야 했으며, 폭염과 열대야로 잠을 설치는 여름날이 계속되었다.

이상 현상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장마가 물러가야 하는 8월에 무려 24일간이나 하루도 쉬지 않고 비가 이어지면서 농작물의 생육에 지장을 주었고, 9월에는 태풍 곤파스가 경상도 지역을 휩쓸고 가면서 배추가 사상 최고가의 금추로 변하기도 했다.

자연재해뿐만이 아니었다.

  우리를 분노케 하고 한편으론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던 사건들도 많았다.

  지난 3월, 46명의 생때같은 우리 젊은 장병들의 목숨을 앗아간 천암함 사건은 우리 국민들을 분노케 했으나 북한의 소행 여부를 두고 국론이 양분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11월 29일에는 NNL선상에서의 한국군 포사격 훈련을 빌미삼아 민가에까지 무차별적으로 퍼부었던 북한의 방사포 사격으로 인해 전쟁직전까지 가는 긴박한 사태가 발생을 했다.

  이로 인해 그동안 북한에 다소 우호적이었던 세력들의 입지가 좁아짐으로써 대북 강경정책으로 일관해온 현 정권에 명분과 함께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북한의 엄포와 위협 속에서 실시한 NNL 포사격 훈련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충돌 없이 끝났지만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환율이 떨어지는 경제적인 손해를 감수해야만 했다.

용서와 화해를 통해 희망찬 새해를 
  이 외에도 부산 여중생 납치 살해사건을 비롯하여 초등생 성폭행 사건 등이 이어졌으며, 외교부 장관을 낙마케 한 장관 딸 특채사건과 천연가스 시내버스 폭발사고, 현 정권의 민간인 사찰과 대포폰 사건 등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사건사고들이 이어지면서 우리로 하여금 다사다난의 해라는 문구를 사용하는데 전혀 손색이 없도록 배려(?)했던 한해였다.

  개인적으로는, 취약한 경제력으로 힘들게 살아가는 이주여성들을 위해 사회적 기업을 이끌어 오면서 시기와 질투를 당하고 온갖 음해와 중상모략을 감수해야 하는 등 참으로 힘들고 고단한 한해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일은 모두 저무는 해의 언저리에 실어 보내고 용서와 화해를 통해 힘차고 멋지게 시작하는 신묘년(辛卯年) 새해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대학교수들은 올해의 사자성어를 장두노미(藏頭露尾)로 했다고 한다.

  쫓기던 타조가 머리를 덤불 속에 처박고서 꼬리는 미처 숨기지 못한 채 쩔쩔매는 모습에서 생겨난 말이라는데 지난 한 해를 돌이켜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케 하는 시의적절한 표현이라고 하겠다.

  2011년 신묘년(辛卯年) 새해를 맞아 영광신문을 아끼고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들의 가정에 건강과 행운이 늘 함께 하시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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