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에서부터 맞춤구두까지 김 씨의 손만 거치면 뚝딱!

영광고속버스터미널 내에 위치한 김옥봉씨(59)의 구둣방.

기자가 들어서자 그는 광내던 헝겊을 내려놓고 환한 웃음으로 “어서오세요”라며 손님 대하듯 편하게 의자를 권했다.

구두 수선공 경력 40년차라는 김씨. 그도 한때는 서울에서 잘 나가던 신발공장 사장이었다. 그러나 경기 한파로 신발업계가 주춤하고, 덮친데 덮친 격으로 시간 나는 틈틈이 자신의 일을 도왔던 착한 큰아들마저 세상을 떠나게 되어 삶의 의욕도 잃어버리게 됐다.

그렇게 김 씨는 다 정리하고 고향인 고창 근처 영광에 터를 잡게 되었다. 3~4년쯤 자리를 잡아 일을 하자 어느덧 단골손님도 많이 생겼다. 그러나 김 씨에게 또 한 번의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났다. 어느 날 오토바이를 타고 알바를 하던 작은아들마저 교통사고로 몸이 불편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뒤로 김 씨는 두 아들을 지키지 못한 것이 자기 탓이 라고 생각하며, 방황을 하게 됐다. 그러나 정신을 차리고 나니 비록 몸이 불편하지만 사랑하는 아들과 아내가 있어 가장이라는 중책 때문에 언제까지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렇게 김 씨는 지인들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특히 “많은 배려를 해주신 조희장 터미널 사장님의 고마움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 씨네 구둣방은 두 사람이 들어오면 가득 찰 정도로 비좁지만, 이곳에서는 구두 수선부터 맞춤구두까지 제작이 된다.

“구두를 보면 키·몸무게·성격·인간성까지 나오죠.” 여러 켤레의 구두를 닦으면서 돌려줄 땐 어떻게 그렇게 귀신같이 주인에게 돌려줄 수 있느냐는 물음에 김 씨는 이렇게 답했다.

대충 발 크기와 키 몸무게는 비례하며, 술 좋아하는 사람들은 술 냄새가 구두에 배어 있다. 영업직과 사무직은 ‘거친’ 외부의 먼지와 ‘고운’ 내부의 먼지에서 차이가 난다. 곱게 신는 사람, 뒤축을 자주 수선해 신는 사람은 성격도 세심하고 준비성 있기 마련이다. 이렇게 사나흘만 지나면 얼굴과 구두가 완전히 매치될 만큼 외운다.

김 씨는 구두를 수선하는 것도 창의성을 필요로 한다고 했다. 특히나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닦는 것보다 수선을 맡기러 오는 분들이 많아, 손님의 스타일에 맞게 센스를 발휘해야만 마음까지 만족하는 수선이 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기성화가 워낙 싼 가격에 판매돼 수선 맡기로 오는 사람도 거의 없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 씨의 구둣방은 대부분 수선하러 오는 손님이지만, 이중 단골손님 몇몇은 40년 장인정신이 깃든 김 씨의 맞춤구두만을 신는다고 한다.

맞춤구두는 보통 주문 후 10∼14일 정도면 자신의 발에 꼭 맞는 상품을 받을 수 있으며 굽, 깔창, 볼 등의 수선도 가능하다.

그는 한 평 남짓한 구둣방에 앉아 있을 때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비록 허름하고 좁은 장소이지만 그에게 있어서는 소중한 가족들을 위한 너무나도 소중한 ‘삶터’이기 때문이다.

이제 ‘구두닦이’가 아닌 베테랑 수선공으로서 “구두를 수선하는 것처럼, 손님들의 마음까지 깨끗하고, 편안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김 씨의 얼굴이 말끔하게 닦은 구두처럼 빛났다.

터미널구두병원

영광고속버스터미널 내

010-9442-5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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