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윤/ 독자(영광읍)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이는 신체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으로 나뉘는데, 누구나 다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지만 둘 중 하나만 무너지면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기 어렵게 된다. 아니 오히려 신체적 불구는 이를 딛고 기적처럼 세계의 정상에 우뚝 서는 경우가 종종 나오기도 하고 본인의 마음먹기에 따라 정상인과 전혀 다름없는 생활을 하기도 한다. 스티븐 호킹 박사 같은 경우가 이에 해당 된다고 하겠다.

  하지만 정신적인 결함은 우리 삶 자체에 치명적으로 다가와 정상적인 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만다. 이는 우리에게 육신보다는 오히려 정신이 훨씬 중요함을 시사해 주는 내용이라고 본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 지역은 체육중심주의가 만연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신체적 건강을 부정하거나 중요성을 폄하하고자 하는 생각은 전혀 없음을 먼저 밝힌다. 당연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고 다른 지역에서도 전국 대회를 비롯해 각종 종목별 체육행사를 유치해서 치르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바로 문화예술과의 형평성을 거론하고자 하는 것이다.

  수많은 체육행사들이 군의 보조와 지도아래 치러지고 있지만 형식적인 몇몇 행사를 제외하면 문화예술행사는 전무하다. 잘 아시다시피 체육부문은 관체육과 생활체육으로 나뉘어 각 분야별로 협회장을 두고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굵직한 행사들을 해마다 유치하여 치러내고 있다. 반면 문화예술부문은 자신들의 주머니를 털어 운영하는 자생단체들이 겨우 숨만 끊어지지 않고 명맥을 유지하고 있음이 사실이다.

  체육단체는 도대회를 비롯한 상위 대회에 참석도하고 군대표로 참가하는 기타 대회들이 많아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함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영광의 문화예술단체들은 우리 지역의 정신수준을 내보이는 단체이고 타지역과의 교류도 ‘개인적’으로 많이 가져오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나마 관에서 보조하여 이뤄지고 군대표로 타지역 행사에 일 년에 한두 번씩 참가하는 어떤 문화단체들은 영광을 대표하기는커녕 이제 배우기 시작하는 실력으로 지역 문화예술 수준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제대로 된 지역의 문화적 망신이다.

  우리는 어느 지역을 방문하면 관공서나 영빈용의 큰 손님접대 식당에 걸려 있는 서예작품이나 그림 등 예술작품들을 유심히 살피는 습관이 있다. 그리고 지역작가들의 작품이라면 그 작품으로 해당 지역의 문화수준을 평가하곤 한다. 이러한 일은 비단 나만은 아니다. 문화예술을 즐기고 좋아하고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직접 하는 사람들이라면 거의 습관적으로 이러한 판단을 하고 수준을 평가한다.

  여기서 우리 영광으로 돌아와 주위를 조금만 신경 써서 살펴보자. 아마 전문적인 예술인이 말해주지 않아도 대강은 느낄 것이다. 공공기관에도 작품다운 것은 찾아보기 힘들고 외지 손님들이 자주 드나드는 공간역시 전혀 법도 없이 휘두른 서예작품이나 화제도 틀리게 쓴 엉터리 그림들 몇 점이 지역망신을 시키고 있을 뿐이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수준 있는 작품만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지역을 찾는 손님들에게 우리 수준을 보여주는, 정상적으로 배우고 익힌 영광의 예술인들 작품만이라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 식당가를 돌아보면 더 한심하다. 아마추어 냄새가 풀풀 나는(순수하기라도 하면 그나마 참겠지만) 전혀 기초도 안 되어 있는 서예작품들과 초등학생 일기장에서 베껴온 것 같은 유치한 시들이 역시 기초도 되어있지 않은 서예인들의 손으로 쓰여 걸려 있음은 물론 모필의 행법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엉터리로 그려놓은 달마도와 글씨가 틀린지 맞는지도 모르고 법 없이 흘려놓은 글씨들 속에서 외지 손님들은 영광의 문화를 가늠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것을 느끼는 우리 영광사람들은 몇몇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고 본다. 그만큼 우리 군민들의 문화적 소양은 이미 바닥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각 분야별로 우수한 지도자들과 열심히 배우는 인재들이 많음에도 일반적인 군민의 수준은 최저를 보여준다는 것은 문화정책의 부재를 말할 수밖에 없다. 자신들의 호주머니를 털어가며 겨우 이어가는 예술이, 전반적인 저변을 확대하고 군민들의 정서에 기여하기는 턱없이 역부족인 것이다.

  사랑과 아름다운 정서는 문화예술에서 기인됨을 알아야 한다. 반목과 시기 질투, 내편 아니면 빨갱이보다도 더한 ‘적’으로 간주하는 단순함은 문화예술정책의 부재에서 나온다. 영광의 정치 리더들은 지금이라도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힘들게 활동하고 있는 이들을 조금만 배려해 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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