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학생․ 학부모․ 교사 원탁토론 광장

 강치원 / 원탁토론아카데미 원장

영광출신

강원대학교 교수

노상토론 광장

답사토론 등 토론전문가

 서울시가 무상급식을 놓고 주민투표를 추진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재선한 이후 무상급식 반대에 정치적으로 올인하고 있는 듯 하다. 그동안 행보를 보면 그가 무상급식 반대를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우선 지난 해 시의회가 무상급식 조례를 제정하자 무상급식 조례 무효화를 위해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 후 신문광고를 통해서, 또 지난 연말 시 직원 내부 행정망에 의한 장문의 편지를 통해서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힌 바 있다. 그리고 급기야 주민투표 청구인 서명운동을 전개하기에 이르렀다.

 오세훈 시장이 택하고 있는 법적 소송제기의 방법과 주민투표 추진 방법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우선 정치와 정책의 갈등 해결을 위해 법적 소송에 기대는 것은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 두 가지 이유에서 문제가 있다고 본다. 하나는 정책의 갈등을 정치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사법부의 판단에 의지한다는 것은 그만큼 민주적으로 미성숙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치와 정책마저 사법부의 판단에 맡기고자 한다면, 정치를 포기한 것인가? 또 하나는 정치와 정책은 사법부의 판결 후에도 갈등은 해소되지 않고 새로운 양상으로 번져갈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정치와 정책을 갈등을 해결함에 있어서 국민적 소통과 토론을 거치지 않고 법적 엘리트의 판결에 의지했기 때문이다. 사법부의 법적 판단보다는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성숙된 민주사회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주민투표 방법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주민투표는 정치적인 해결방안의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또한 주민투표 추진이 법적 소송에 의지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민주적임은 분명하다. 소수의 법적 엘리트의 판단보다는 주민 다수의 판단을 존중하고자 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민투표의 방법 역시 많은 문제가 있다. 주민투표는 소통이 왜곡된 사회에서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때, 혹은 정치적 기로에서 국가의 진로를 결정할 때 보통 쓰는 방식이다. 물론 사안에 따라서는 주민투표를 할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충분한 토론회를 거친 다음에 고려해 볼 수 있는 방법이다. 주민투표보다 토론회가 더 중요하다.

 주민투표가 지니는 문제는 무엇인가? 우선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의 문제다.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 지자체와 지자체 등 공공분쟁 35건을 분석한 결과 평균분쟁기간은 법원판결의 경우는 954.2일로 가장 길었고, 주민투표의 경우는 329.6일로 나타났다. 반면 중재는 120.0일로 가장 짧았다면서 조정위원회에 의한 해결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조정위원회의 구성 역시 만만치 않은 문제이다. 조정위원회 역시 소수의 엘리트의 판단에 의지하기는 마찬가지다. 주민 다수가 참여할 수 있는 토론회를 모색해야 한다.

 주민투표의 비용도 만만치 않다. 주민투표는 막대한 예산을 필요로 한다. 서울시선관위는 무상급식 관련 주민투표에 홍보비 등을 제외한 기본 비용만 161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것도 국민의 혈세이지 않나?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에도 불구하고 정책적 갈등은 쉽게 해결될까? 주민투표 방안은 정치적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어떤 지적에 따르면 "투표자가 유권자 1/3에 미달해 투표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경우 이에 대한 해석이 갈등을 더 증폭시키고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현재 서울특별시의 경우 주민투표청구심의회가 행정1부시장이 의장으로 되어 있는데, 이 기구의 공정성 여부 역시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다. 벌써부터 오시장 이 주민투표를 실시하려면 시장 자리를 걸고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또 주민투표 서명 청구운동을 하면서 동사무소 직원이 아는 주민을 찾아와 무조건 서명을 요구하는 등 할당 논란도 있다.

 그러나 가장 큰 갈등의 씨앗은 주민투표 질문방식과 문구결정 방식, 주민투표 청구인서명부에 제시된 문구에 있다고 본다. 하지만 주민투표법에는 구체적 질문내용을 누가 어떻게 결정할지에 대해 규정돼 있지 않다. 서울시는 청구인대표자의 청구 취지를 반영해 시와 선관위가 결정할 수 있다는 해석을 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투표가 진행될 경우 누가 구체적인 문구를 결정하는지 명확한 규정이 없어 행정안전부나 선관위의 유권해석이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청구인대표자의 청구취지를 반영해 주민투표청구심의회와 선관위가 결정해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질문방식을 둘러싸고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을 묻는 질문에는 찬성이 많았으며, 전면 무상급식과 선별적 무상급식에 대한 선호도조사에서는 선별적 무상급식을 더 선호했다. 지난달 12일 리얼미터가 조사한 무상급식 찬반 여론조사에서 찬성이 51.7%였고, 반대가 38.3%였다. 반면 전면 무상급식은 34.5%, 저소득층 선별적 무상급식은 62.3%로 조사됐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질문내용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투표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첫째, 보통 사람들은 여론조사에서 “전면적”이라는 표현보다 “단계적”이라는 표현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전면적 실시라는 표현은 좀 과격해보이지 않는가? 보통 사람이라면 “전면적” 무상급식보다는 “단계적” 무상급식에 표를 던지는 것은 당연하다. 둘째 전면적 무상급식과 선별적 무상급식은 서로 대비될 수 있는 표현이 아니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저소득층 선별적” 무상급식의 반대말은 “모든 계층의 보편적” 무상급식이기 때문이다. 올바른 여론조사라면, 선별적 무상급식이냐 보편적 무상급식이냐를 물어보아야 한다. 셋째, 논리적으로 말하자면, “모든 계층의 보편적” 무상급식도 전면전 실시와 단계적 실시로 나뉘며, “저소득층의 선별적” 무상급식도 전면적 실시와 단계적 실시로 나뉜다.

 현재 드러난 대로라면 곽노현 교육감은 “보편적 무상급식의 단계적 추진”을 도모하고 있으며, 오세훈 시장은 “선별적 무상급식의 단계적 추진”을 도모하고 있다. 곽노현 교육감의 경우도 지금 전면적 실시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초등학교 1-4학년, 초등학교 전학년, 그리고 그 다음에 중학교까지 말이다. 반면에 오세훈 시장은 “선별적 무상급식의 단계적 추진”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시종일관 보편적 복지를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표현상의 문제는 이번 주민투표 청구인 서명부에 있는 표현에서 드러나고 있다. 청구인서명부에는 '무상급식을 단계적으로 실시할 것인지, 전면적으로 실시할 것인지'를 결정해달라고 적은 뒤 두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서명부에는 1)소득 하위 50% 학생을 대상으로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안과 2)소득 구분 없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초등학교(2011), 중학교(2012)에서 전면적으로 실시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미 두 가지 방안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을 전제로 서명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1)안은 선별적 무상급식의 단계적 추진을 의미하는 것이고, 2)안은 보편적 무상급식의 단계적 추진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2)안은 전면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잘못이다.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법적 소송도 주민투표도 바람직한 해결방법이 아니라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그것은 바로 토론회다. 그런 점에서 오래 전이기는 하지만, 오세훈 시장이 곽노현 교육감에게 토론회를 제안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본다. 사법적인 방식보다는 정치적인 방식으로, 일방적인 방식보다는 쌍방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풀고자 하기 때문이다. 곽교육감은 토론회를 수용했어야 한다고 본다. 몇 가지 선결조건을 제시하고서 말이다.

 토론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몇 가지 고려해야 할 것들이 있다. 우선 토론회는 한번 하는 것으로 그칠 일 아니다. 적어도 서울시내 구청이나 교육청을 순회하면서 수십회 개최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토론자로 오시장과 곽교육감뿐만이 아니라 전문가들이 한 사람씩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적어도 4명 정도가 토론자 참여해야 한다. 토론회 개최 비용은 어느 정도일까? 1회 개최에 1천 만원 내지 2천만원 정도 씩 잡으면 전체적으로 5억 정도이다. 주민투표를 추진할 비용 161억원에 비하면 아주 작은 돈이지 않는가? 주민투표를 추진하더라도 그에 앞서 필요한 것이 토론회이지 않을까?

 차제에 교육갈등 해결을 위한 주민대토론회, 혹은 국민대토론회를 추진하면 어떨까? 한 달에 2회씩, 혹은 1주에 1회씩 개최하는 것이다. 1년이면 20 회 내지 50회 토론회다. 5억 내지 10억을 투자해서 국민대토론회를 만들어보자. 우리교육의 갈등해결과 발전을 위해서...

 영광신문의 교육문제 관심에 감사드리면서 창간 14주년을 축하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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