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작·특작·축산·시설·틈새작목 고수들

 영광지역 억대 부농들에게 길을 묻다

 지역 억대 부농수는 모두 96농가로 전남 22개시군중 9번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영광 지역은 식량분야 49농가, 축산분야 38농가, 채소분야 9농가 등 모두 96농가로 전남 22개 시군에서 9번째(4.8%)를 차지했다. 5천만원 이상 고소득자는 모두 281농가로 나주(586), 강진(342), 해남(334), 고흥(324), 무안(295)에 이어 6번째 규모다. 5천만원 이상 1억원 미만도 185명이나 됐다. 이난 지난해 5천만원 이상 1억원 미만 135농가와 1억원이상 55농가에 비해 각각 50농가와 41농가가 늘어난 셈이다.

 23일 오후 3시 영광군청 친환경농정과 고소득 농업인 간담회에 참석한 농업 고수들에게 그들만의 ‘노하우’를 들어봤다.

 

 성급함보다는 기본부터 ‘차근차근’

 유성춘(군남면) 시설채소

 군남면 유성춘(48)씨는 어려운 농업 현실에서도 시설채소인 파프리카를 재배해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올해 억대 부농에 이름을 올린 유씨는 “농업은 성급함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일궈 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섣부른 판단보다는 정성을 쏟은 만큼 되돌려주는 땅의 정직함을 깨닫는 철학을 말한 셈이다. 그는 “지금도 잘 하고 있지만 행정이 농업인의 마음을 좀 더 잘 읽고서 꼭 필요한 사업을 적기에 추진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일손 부족한 분야에 기계화 지원”

 김학봉(법성면) 특화작목

 법성면에서 인삼을 비롯해 축산과 벼농사까지 두루 짓고 있는 김학봉(54)씨 역시 억대 부농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김 씨는 “논·밭 한필지 없던 가난함에 한이 맺혀 부인과 고생해가며 열심히 일했더니 부농이 됐더라”며 “빚없이 농사짓는 것도 중요하고 절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둔 만큼 재투자를 하고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자금 등을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농촌 일손부족은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지만 그중 일손 부족이 심한 인삼 재배 같은 분야에도 기계화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조사업이 주가 되면 무조건 망한다”

 김경수(대마면) 축산

 대마면에서 축산업에 종사하는 김경수(41)씨는 “13년 전 축산업에 뛰어들었지만 그 시기 교통사고까지 당해 재산을 거덜 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지금은 소 280마리를 키우는 억대 부농이 됐다. 빚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도 많지만 보조사업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하거나 보조사업이 주가 되면 거의 망한다는 설명이다. 과감한 투자와 배짱, 위기에 대응해 자기 자본 50% 이상을 갖추는 철칙, 노하우를 배우려는 자세, 새는 돈을 막는 운영 등이 성공의 길을 이끈다는 것. 장기 계획을 세워 대비하면 아무리 소 값이 하락해도 돈 버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김 씨는 “행정기관의 각종 보조사업이 대형 업체들에게만 집중하는 것 보다는 중·소형 업체들에게도 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힘써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자기 신용 관리와 신뢰 쌓기가 중요”

 양재휘(백수읍) 수도작

 백수읍에서 만석꾼으로 통하는 양재휘(51)씨는 벼농사 같은 수도작으로 억대 부농 반열에 오른 농업인이다. 재산 없이 자구의 노력으로 오른 부농이지만 빚도 많았다. 물론 행정기관의 지원도 많았다. 부농이 되기까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신용관리와 남에게 신뢰를 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찌 보면 사업가에게나 들을 법한 소리지만 신용과 신뢰가 없다면 오늘의 양씨도 있기 어렵다는 것. 행정기관에서 보조사업을 지원하더라도 신용과 신뢰가 없다면 어렵고, 농산물 공급계약을 하더라도 신용과 신뢰는 필수 인 셈이다. 그런 차원에서 농업인을 농업경영인으로 부르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김씨는 “대규모 업체에 1억원 50% 보조사업 보다 5천만원으로 소형 농기계를 다수에게 지원하는 소농 지원책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구시대적 관행농업을 탈피해야”

 오성(염산면) 틈새품목 분야

 “수년동안 이어온 농업의 기술은 노하우로 축적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개선할 점이 있다면 구시대적 관행농업을 과감히 탈피하고 현대화 시설로 앞서가는 전략도 중요하다”고 밝힌 오성(38)씨는 염산면에서 틈새작목으로 소득을 올리는 억대부농이다. 오씨는 젊은 패기를 앞세워 관행농업에만 안주해 소득을 바라는 시대를 이제는 벗어나야한다는 논리다. 지역 젊은 층은 물론 고령층 농업인들에게도 다양한 분야의 기술 보급이 폭넓게 이루어져야한다고 농업기술센터에 주문했다. 유통회사에는 농협만의 기준이 아닌 농민들과 소비자의 기준에 맞는 새로운 시장개척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논에 벼대신 타작물을 권장하는 제도와 관련해서도 소득 확대 전략 필요성을 제기했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