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진/ 광신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

사회복지학박사

영광신문 편집위원

 요즘 장안에는 멘토 신드롬이 있다. 이 멘토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계기는 슈퍼스타K의 허각, “남자의 자격”이라는 예능 프로의 박칼린 등이 계기가 되어 장안에 화제가 되다가 작년말에 출판되어 40여 만부 이상 팔린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이 신드롬의 완결편인 것 같다.

  이 책의 중심 내용은 "젊음은 젊은이에게 주기에는 너무 아깝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 청춘들을 이해한다. 더할 나위 없이 힘든 시기를 보내는 우리 청춘들을. 열정이 존재를 휘두르고, 기대가 존재를 규정하는 불일치의 시기. 인생에서 가장 화려하면서도 가장 어두운 시기를 보내는 우리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말하면서 우리 청춘들에게는 '선생님'이 필요하다.

 이제 어려워하지도, 미안해하지도 말고 우리의 선생님을 찾아 방문을 두드려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학식과 경험을 겸비한 우리 인생의 멘토가 저렇게 많은데, 왜 혼자서 그렇게 고민하고 어쭙잖은 선배들에게 미숙한 조언을 구하려고 하는가?라는 화두를 젊은이들에게 던지고 있다.

 사회복지를 전공하는 필자에게는 시대상을 반영하는 무언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슈퍼스타K 신드롬에서 허각의 우승도 그렇고 영화나 책에서 받는 의미도 크다.

 몇해 전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한 대니 보일 감독의 영화‘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컸는데 인도 빈민굴 출신 소년 자말 말릭을 통해‘지혜는 평등한 가치’라는 점을 보여줬다.

 귀족 수준은 물론 정규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빈민이지만 굴곡의 삶 속에서 얻은 평범한‘해답’이 6억원이 걸린 퀴즈쇼에서의 성공을 이끈다는 내용이다. 또 케이블방송 사상 최고이면서 동시간대 공중파를 압도한 시청률로 신드롬을 일으킨‘슈퍼스타K2’의 인기비결도 비슷한 맥락이다.

 결승전에 오른 허각과 존박의‘출신성분’은 극과 극이었지만‘평등과 공정’에 대한 대중적 열망이 허각의 우승을 이끈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당초 슈퍼스타K2 시청자들은 존박의 무난한 우승을 점쳤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에 재학 중이면서 180cm인 키와 외모로 여성들의 지지를 받았던 존박에게 163cm에 중졸 학력, 환풍기 수리공이 직업인 허각은 애초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터넷에는 한때‘존박 내정설’까지 돌았다.‘스펙’을 중시하는 한국사회의 풍토를 반영한 시선이었다. 심지어 허각의 멘토로 출연한 연예인 이하늘조차“어차피 존박이 우승하게 되어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존박과 허각의 결승은 ‘주류와 비주류’‘평민과 귀족’‘루저와 연예인 스펙’의 대결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사전 인기투표에서 허각이 존박을 1만표 이상 앞서면서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시청자 투표에서는 압도적인 표차로 앞섰다. 일부 심사위원들도 만점에 가까운 99점을 줄 정도로 허각의 실력을 인정했다.

 ‘평등’에 대한 대중의 열렬한 지지와 노래실력에 대한‘공정’한 평가가 허각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pareto법칙이 적용되는‘20대 80사회’ ‘88만원 세대’같은 단어로 묘사되는 한국사회의 불평등 속에서 허각은 평등과 공정이라는‘희망’의 상징으로 투영됐던 셈이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슈퍼스타K2의 인기는 단순한 대리만족을 넘어선 일체감의 표현으로 TV쇼를 통해 시민참여가 구현된 것”이라며 허각의 승리는 양극화 위기감과 공정에 대한 욕구를 직접적으로 표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사회에서 양극화해결과 공정한 사회는 현 정부의 시대정신이기도 하기에 우리는 지금 사회에 불어닥치는 여러 신드롬에 민감할 필요가 있다.

 앞서 이야기 했던 우리 시대의 젊은이들이 사회의 중심으로 일어서고 자리잡는데는 분명 누군가의 조력이 있을 것인데 우리 사회는 이제서야 이것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것 같다. 평등·공정’의 시대정신이 담긴 슈퍼스타K 신드롬과 멘토 신드롬이 그런것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이런 청춘들에게 이 책은 인생 시계로 상담을 해준다. 과연 23살이 우리 인생으로 치면 몇 시일까? 흔히 우리 세대는 130살까지 거뜬히 산다고 하지만, 90살까지만 산다고 가정하고 계산을 해보더라도 23살은 겨우 아침 6시 8분이다.

 아직 대부분의 사람이 일어나지도 않는 바로 그 시각에 우리 청춘들은 인생을 조급하게 생각하고 이미 '나는 낙오자이다.'라는 생각을 한다. "나는 너무 늦었어!"라고 단정하는 것은, '사실'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기만'의 문제이다. 청춘들이여 그대, 아직 이르다.

 포기나 좌절의 빌미를 스스로 만들지 말라. 그대 겨우 아침 6시 아니던가. 인생시계를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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