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센다이시를 초토화 시킨 일본 대지진

 지난 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을 강타한 진도 9.0의 강진이 집채만한 해일을 동반하면서 센다이 시를 비롯한 주변 도시를 초토화 시켜, 16일 현재 공식 집계된 사상자만 16,000여명에 달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마을 전체가 괴멸되고 있다며 다급한 목소리로 현장을 중계하던 한 방송기자의 처절한 멘트만큼이나 해일이 할퀴고 간 도시는 파괴된 건물잔해들이 처참한 몰골을 드러내면서 50년대 갯벌이 찍힌 흑백사진처럼 도시 전체가 검은 뻘흙을 뒤집어 쓴 체 쑥대밭으로 변해버렸다.

 공식 집계된 사상자 외에 아직도 수만명에 달하는 거주민들의 생사가 확인이 되지 않고 있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망자나 행방불명자의 수는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는 보도가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더군다나 지진과 해일에 이어 원전 폭발로 인한 방사능 공포가 일본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도시를 탈출하는 이재민들의 수가 수십만명에 달하는 등 이번 대지진의 참사로 인한 일본의 피해는 가히 천문학적인 액수에 달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수만명의 사상자를 낸 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수십만명의 이재민을 만들고 있는 원전 폭발사고, 어느 목회자의 주장처럼 경제대국 일본의 자만심을 꺾어 놓으려는 하늘의 분노였을까?

원전의 폭발과 안전대비

 일본의 기록적인 대지진과 해일의 불똥이 원자력발전소로 튀면서 지구촌 전체에 방사능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세계 2위의 원자력 강국으로 진도 8.0 이상의 강진에도 견디도록 내진설계가 되어 절대 안전하다고 자랑하던 일본 원자력의 자존심이, 일본 천왕까지 나서 안전관리를 호소하고 주민들의 필사의 탈출행렬이 끝없이 이어질 정도로 진도 9.0의 강진과 해일에 여지없이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후쿠시마 원전의 연이은 폭발로 인한 방사능 공포는 아무리 2중 3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했을 지라도 최악의 지진과 해일에는 결코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없다는 우려를 현실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21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하면서 이제 국내를 벗어나 세계로 진출하려던 우리나라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라는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일부 국내의 원자력전문가들은 일본의 원자력 발전 체계와 한국의 그 것이 달라 후쿠시마 원전 폭발같은 사고가 우리나라에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즉 비등경수로형인 일본의 원자로는 지진과 해일에 약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원전은 가압경수로형으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코 자만해서는 아니될 일이다.

 이번의 경우처럼 꼭 강진이나 해일만 원전을 타격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후쿠시마의 원전이 강진과 해일에 의한 직접적인 피해라기보다는 해일로 인한 자체 발전기의 고장으로 전력공급이 차단된 것이 주원인이었음이 밝혀지면서 우리의 안전에 대한 우려도 높아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노후화된 원자력의 재 가동

 후쿠시마 원전은 90년 이전에 설치된 노후기종이라고 한다.

 또한 내구연한 30년이 지난 노후원전으로 일부 원전은 이미 가동이 중단되었지만 이번 지진으로 냉각수 공급이 끊김으로써 보관중인 핵연료봉이 공기에 노출되어 핵반응을 일으키면서 격납용기가 파손된데 이어 노심이 용해될 위기에 처함으로써 자칫 구 소련 체르노빌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21기의 원자로 중 90년대 이전 설치된 원자력발전소 9기가 현재 가동이 되고 있으며 영광에도 2호기가 수명연장을 통해 정상 가동을 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원자로와 원자력 체계가 일본과 달라 안전하다는 원전관계자들의 주장을 100% 믿고 싶다. 아니 믿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21기의 원전에서 지금까지 640여건의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결코 아니 될 일이다.

 후쿠시마 원전이 통제력을 잃으면서 벌어지고 있는 대참사가 결코 강 건너 불이 될 수 없는 이유인 것이다.

 안전, 안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일본의 경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도 철저한 점검과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원자로로부터 반경을 표시한 표지석을 곳곳에 세워 우리 군민들이 평소 마음에 새겨 둠으로써 비상시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으면 한다.

일본국민에게 위로를

 일본 국민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이번 강진에 소중한 목숨을 잃은 주검들의 명복을 빌면서 정든 고향을 강진과 해일에 내어주고 슬픔에 겨워있는 센다이시 주민들에게도 우리의 따뜻한 정을 전해 주고자 한다.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위로 쌓이는 차가운 눈발이 그들의 아픈 생체기를 덧나게 하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도 전한다.

 하루 빨리 피해복구가 완료되어 일본 국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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