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원/ 영광군한우협회장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왔으나 봄 같지 않구나” 이 글은 한나라의 왕소군(중국의 4대미녀)과 관련된 고사로 암울했던 군사 독재시대 우리 정치인들이 즐겨 썼던 문구다.

 요즘 우리 한우농가들이 처한 어려운 현실과 같아 인용해봤다. 연일 폭락하는 한우가격에 예상은 했지만 상황이 너무 심각해 한우농가들은 이제 시세를 확인하는 것조차 겁이 난다.

 작년 새해 벽두 경기도 포천에서 발병해 충청도까지 남하한 구제역이 4월말 주춤하더니 작년 말 경상도 안동에서 다시 발병해 호남을 제외한 전국으로 확산되어 당국의 백신접종과 봄철을 맞이하여 종식단계에 왔으나 그동안 소고기 소비심리 위축으로 매년 설 명절 판매순위 1위를 고수했던 소고기셋트가 올해는 멸치에게 조차 추월당했다고 한다.

 지남 3개월 동안 영하의 날씨속에서 호남만이라도 구제역을 지켜내야하겠다는 축산관계자, 축산농가의 그 열정과 지켰다는 그 보람이 김빠진 맥주가 되어버린 꼴이다.

 문제는 앞으로의 전망이 더욱 어렵다. 날이 풀리면서 한우소비 비수기가 시작되고 구제역 이동제한이 풀리면서 출하물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축산 당국에서도 무작정 농가들에게 출하자제를 종용하기도 어려운 것이 이미 장기간 이동제한으로 출하시기를 넘긴 개체들이 많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동제한지역에서 수매된 소고기가 냉장육상태로 시장에 풀리면서 가격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자료에 의하면 구제역으로 인해 정부에서 수매한 소는 1만 5천두 정도, 이 가운데 90%이상이 한우인데 냉동상태로 보관해 향후 군납이나 단체급식으로 소진할 목적이었으나 곧바로 시장에 30%이상 싸게 풀면서 가격하락에 일조를 했다는 것이다. 당국이 어려운 한우농가들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감안했더라면 “동냥은 못줄망정 쪽박이나 깨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는 불만을 안 할 수 없는 대목이다. 실제 지난 2월말 전국한우 평균경락가격(아래표)을 보자.

 전년 동기를 대비해보면 두당 200만 원 정도, 구제역 상황에서 출하가 제한된 상황이던 금년 1월을 대비해보면 80만 원 이상 떨어진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등급별 하락폭의 차이는 있지만 전 등급에 걸쳐 가격이 급격이 하락하고 있는건 사실이다. 비교적 안정적인 가격곡선을 유지해오던 고급육도 이번에는 예외가 없는 상황이다. 3등급의 경우 경락가격이 8,703원/kg을 기록했다. 그 무렵 농협 서울축산물공판장에서는 돼지고기 경락가격이 8,500원이었다.

 소고기가 돼지고기보다 싼값에 팔리고 소한마리의 가격이 350만원도 안 되는 상황이다. 물론 고급육이 아닌 질이 떨어지는 3등급이겠지만 사육농가의 정성이나 사료는 다른 소와 같았을 것이다.

 따스한 입춘(立春)날에 폭등하는 사료가격, 폭락하는 한우가격에 몸을 떨면서 작가 이문열의 소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는데, 과연 추락하는 우리 한우가격도 도약할 날개가 있을 것인가 생각해본다.

 

□ 한우 육질등급별 전국평균 경락가격

등급별

전년동월평균(‘10.02)

전월평균(‘11.01)

2월23일

1++등급

20,418

19,031

16,419

1+등급

18,780

16,707

13,864

1등급

17,586

15,454

12,485

2등급

15,652

13,116

10,767

3등급

14,142

11,148

8,703

평균

17,423

15,285

12,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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