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전 홍농초등학교에서 방사능 누출시 학생 대피 훈련이 실시됐다. 적색 비상시 혼란 없이 17km 떨어진 영광중앙초교로 무사히 대피하는 훈련이었다. 하지만 ‘전국 최초’로 실시한 이날 훈련은 한마디로 준비되지 않은 ‘엉성한’ 훈련이었다는 평이다. 약품이나 방독면 수송차량 등이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 교육 당국은 예산이 없어 통학차 1대로 훈련을 실시했다는 등 변명하고 있지만 관내 20여대의 통학차량이라도 동원했어야 했다. 또한 훈련 하루 전에야 영광군에 통보, 행정 당국과의 협조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훈련에서 얻은 것은 원전 사고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사실 확인뿐이었다.

원전 사고 발생시 대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본의 원전 대재앙이 그 중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그런데도 당국은 아직도 그 시급성과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홍농초교에서 실시한 전국 최초의 훈련이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다. 당국의 소홀한 원전사고 대책은 전남도의 방사선 비상계획 수립 중간 용역 보고회에서도 드러났다. 계획 수립의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사고시 피해 범위와 예상 지역을 알아보기 위한 ‘방사능 확산 시뮬레이션’ 조차 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비상 계획을 수립해 왔다는 점이 얼마나 엉성하고 소홀한가를 말해주고 있다.

지난달 27일 전남도청에서 열린 이 보고회에 참석한 영광군 관계자들은 지역 주민들의 의견 수렴과 임산부나 어린이 등 주민보호 대책이나 사고 발생 이후 복구 계획․ 재원 등의 문제점을 제기 했다. 또한 ‘시뮬레이션’을 해보자고 주장 했다. 영광군 관계자들이 전남도 당국자들보다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며 전문적 안목을 갖추고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현재 진행형인 일본의 원전사고를 목격하면서도 이같이 엉성한 내용의 용역 결과 중간보고회를 갖는 전남도에 도민의 생명을 맡겨야 한다니 불안하기 짝이 없다.

원전사고는 언제 닥칠지 모른다. 또한 한번 닥치면 치명적이다. 전남도가 수립하고 있는 비상시 계획은 사실 영광원전이 가동되기 전부터 완벽하게 수립되고 방독면 등 필요한 물자와 장비가 갖춰져 있어야 마땅하다. 그나마 일본의 사고를 계기로 대비에 나섰으니 이제라도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갖출 것은 갖춰주기 바란다.

특히 전남도는 원전 가동이후 원전에 대한 불안 속에 살면서 자구책 마련에 급급해온 영광군 관계자들의 의견이 책상머리 전문가들의 견해보다 현실적이며 구체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경청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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